암 투병 90년대 美 청춘스타, 암환자 영화로 돌아온다

정지섭 기자 2021. 9. 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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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의 리스트' 엄마役 맡은 섀넌 도허티, 6년전 유방암 진단
"밝게 살아가는 모습 보여주고파"
섀넌 도허티

1990년대 미국 청춘 드라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에 주인공 ‘브렌다’로 나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할리우드 배우 섀넌 도허티(51)가 새 영화에 출연했다.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제 유방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그가 암환자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을 통해 방영을 앞둔 ‘내 평생의 리스트(List of Lifetime)’다.

영화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오래 전 입양 보낸 딸에게 발병 가능성을 알려주기 위해 수소문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잔잔하게 그렸다. 뒤늦게 만난 모녀는 세상과 작별하기 전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한 버킷 리스트를 함께 만들면서 혈육의 정을 나누고, 주인공은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영화에서 도허티는 딸을 입양해 키운 의붓어머니 역을 맡았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영화 공개를 앞두고 가진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도허티는 “배우로서의 삶과는 별개로 공인으로서 암 투병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나처럼) 4기 암을 진단받은 사람도 아주 생동감 넘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투병 중인 지금 상황에 대해선 “나는 절대로 불평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는 내 삶의 일부”라고 했다.

도허티는 위노나 라이더, 얼리사 밀라노 등과 함께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하이틴 스타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1995년엔 소피 마르소로부터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전속 모델 자리를 넘겨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변변한 히트작이 없었고, 음주운전과 폭력 등의 추문으로 타블로이드 소식지에 자주 등장하면서 ‘할리우드의 악녀’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방송 및 연기 활동을 꾸준히 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15년 9월 잡지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투병 근황을 주기적으로 전했다. 항암 치료를 위해 머리를 짧게 잘랐고, 변한 외양을 개의치 않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대중은 박수를 보냈다. 중년이 된 도허티는 할리우드 악녀라는 꼬리표를 떼고 투혼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해 2월 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추가로 고백한 도허티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암 환자들에 대한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지난해 10월 피플지 인터뷰에선 “아직 물러날 때가 아니다. 일할 시간이 10~15년은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일’에 이번 영화가 있다. 도허티는 이번 출연이 “암 진단과 관련한 첫 번째 연기 활동”이라고 했다. 감독 록시 시와 어머니 역할 주연 배우 켈리 후, 딸 역할 실비어 콴이 모두 아시아계 미국 여성이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가 미국 내 큰 사회 문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그의 출연 자체가 화합과 연대의 메시지가 될 것이란 평도 나온다. 그는 함께 작업한 감독과 배우들에 대해 “이 멋진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매순간 감동했다”며 “이번 작업에 함께했다는 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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