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한 당신, 사냥에 실패해도 의연한 왜가리를 보라
왜가리 클럽
김해슬 외 7명 지음|안온북스|268쪽|1만4000원
신예 작가 8명의 단편 소설을 묶은 책.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소설집은 보통 몇 가지 주제로 엮기 마련이지만, 출판사는 그 제약 없이 작품을 의뢰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쓰인 소설들은 묘하게도 여러 ‘실패’의 이야기를 전한다.
윤치규의 단편 ‘바이킹의 탄생’에서 규영은 수능 점수에 맞춰 스웨덴어 학과에 들어간다. 학과에서 바이킹 놀이가 유행이 된다. 멋진 것이나 대단한 사람을 봤을 때 “바이킹이네”하고 감탄하는 식이다. 바이킹인 것과 아닌 것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판정하는 권위는 선배인 지원에 있다. 자유로우면서 뚜렷한 취향을 가진 그가 바이킹 유행을 선도했고, 후배들은 그를 선망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바이킹이지만 레닌은 아니고, 이소룡은 바이킹이지만 성룡은 아니다. 규영은 과대표까지 맡지만 바이킹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회적 규범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했던 탓. 규영은 지원에게서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느끼고,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바이킹이란 텅 빈 기호에 집착하며 괴로워한다. 바이킹의 삶을 꿈꾸지만 정작 바이킹이 무엇인지 모르는 혼란. 규영은 자신의 욕망은 어떤 것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른 채 어른이 된 것이다.
이유리의 ‘왜가리 클럽’은 왜가리의 모습을 통해 성공과 실패를 다르게 바라본다. 주인공은 운영하던 반찬 가게가 망한 뒤 천변을 걷다가 왜가리에게 위안을 얻는다. “왜가리에게는 그저 매번 (먹이를) 잘 노려서 (부리를) 잘 내리꽂는 것만이 중요했고 그 뒤의 일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같았다. 실패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성공과 실패를 같은 무게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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