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천서진, 김소연이 이룬 최고의 변신 [★FULL인터뷰]
김소연은 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 종영을 기념해 스타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펜트하우스'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들의 연대와 복수를 그린 작품. 지난해 10월 시즌1, 올해 2월엔 시즌2 그리고 9월 시즌3을 마무리했다. '펜트하우스3'은 꾸준히 15% 이상의 시청률을 보였으며 시즌3 마지막인 14회는 19.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기준)
그는 극 중에서 천서진 역을 맡았다. 천서진은 하은별(최예빈 분)의 엄마이자 유명 소프라노다. 그는 딸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인물. 이 때문에 스스로 파멸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약 1년 반동안 '펜트하우스'의 천서진으로 살았던 김소연은 "항상 현장에 가면 빨리 자고 싶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끝나는 게 아쉬웠다. 정이 들고 내가 또 언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싶다"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천서진은 각 시리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1에선 천서진이란 인물의 서사를 극적으로 보였으며 시즌2에선 천서진의 감정에 집중했다. 시즌3에선 악역의 완벽한 파멸을 그려냈다. 김소연은 "개인적으로 시즌1 천서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즌1 촬영 때는 스스로 전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시즌1에선 '천서진의 드라마'라고 할 만큼 악역의 모습이 빛났다. 특히 천서진이 쓰러진 아버지를 뒤로 하고 피묻은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한국의 조커'란 칭찬을 받을 만큼 큰 인상을 남겼다. 김소연은 "아버지께 무릎 꿇고 처음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장면을 대본으로 읽는데 눈물이 떨어지더라. 그 후로도 연습하려는데 목이 메어서 안됐다. 그 후로 이어지는 피아노 신까지 전율적으로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소연은 시즌3에서 오윤희(유진 분)를 죽이고 난 후의 엔딩을 꼽으며 "당시 흑조 옷을 입었는데 영화 '블랙스완'이 생각났다. '블랙스완'을 영화관에서 봤었는데 나탈리 포트만을 보며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 영화관에서 느낀 감정이 생각났고 연기자로서 전율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김소연은 "사실 감정의 간극을 오가는 건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2에선 내가 소리를 너무 지르더라. 비슷한 장면도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다르게 보이려 했지만 결국 다 똑같았다"라며 "언젠가 생각해봤는데 만약 (이런 상황이) 실제라면 천서진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소리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 장면만 보면 이해가 안되고 '악만 쓰고 난리야'라고 하겠지만 서사를 쌓아왔기에 스스로 지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역시 김소연하면 '신들린 연기'였다. 앞서 언급된 피아노 신 외에도 치매 연기 등 다수 장면이 매 시즌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곤 했다. 김소연은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즌제라고 밝혔다. 그는 "시즌2, 3쯤 되니까 나도 모르게 (천서진의 감정이) 좀 쌓였는지 청아 아트센터를 건립해서 '아버지 해냈어요'라는데 눈물이 나고 내가 마치 승리자가 된 듯 했다. 예전엔 미니시리즈하면 3개월 바짝 하고 말았는데 시즌제가 정말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소연은 치매 연기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극 중 천서진은 하은별이 가진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기억을 잃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천서진은 약을 모두 뱉어냈고 치매를 연기했다. 김소연은 "치매가 연기인줄 몰랐다"라며 "죽기 전까지 나 스스로는 치매가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위성을 갖고 진심으로 치매 연기를 했다. 13회를 보기 전엔 그랬는데 치매가 연기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김소연은 과거 즐겨본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를 언급하며 "한달간 8시즌을 다 봤었다. 몇년 전이지만 손에 땀이 차고 큰 자극이더라. 당시 부러웠던 게 주인공들이 매 시즌마다 성장하는 거였다. 배우들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부러웠는데 이 부분을 조금 경험한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결국은 앞으로의 큰 숙제로 남을 것 같다고. 김소연은 오래된 연기자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이름으로 각인될 일은 없지만, 차기작과 천서진의 연기를 비교당할 수 있다. 그는 "천서진이란 캐릭터를 연기한 뒤 가끔 김소연이 아니라 천서진을 검색한다. 지금은 이 캐릭터가 장점이겠지만 나중엔 잘 극복하고 또 다른 도전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소연은 "(천서진은) 진짜 너무한 거 같다. 인간으로서 해선 안될 일을 많이 하지 않았나. 얘는 '이 순간 이걸 해야 돼. 이게 맞다'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틀렸다고 말할 지언정 나한텐 맞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라면서도 "시즌3에선 정말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천서진을 너무 미워하고 싶었다. 흑마술에 걸린 것 같다"라고 본인 조차도 싫어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가 끝까지 천서진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싫어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 가짐이었다. 용서가 안되는 일들을 저질렀지만 김소연은 천서진이 돼야 했기 때문이다.
시즌3까지 악행을 저지른 천서진은 하은별의 증언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이후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끝이 난다. 김소연은 이런 결말에 만족하고 고마운 장면이라 전했다.
"천서진이 후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목소리를 잃는다. 또 은별이는 자신을 찾지 않는다. 후두암으로 머리카락을 잃는데 단발로 자를지 말지 고민했다. 그때 난 '천서진한테 김소연이 많은 걸 받았는데 김소연 너는 천서진 가는 길에 이것도 못해주냐'란 생각을 했었다. 남편인 이상우 씨가 '이런 생각이 멋있다'라고 하더라. 결국 머리카락을 실제로 자르기로 결정했고 감독님이 그 장면을 만들어주셨다. 만족하는 엔딩이고 천서진의 삶은 가치있지 않았지만, 배우로선 고마운 시퀀스다."
그는 "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KBS 드라마 '아이리스'와 '왕좌의 게임' 그리고 이상우다. 난 결혼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할 정도로 다른 세상에 있다"라며 결혼에 대해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가장 달라진 점은 연기를 연습하는 방법이었다. 이전엔 그저 공책에 적어서 외웠고 작품이 끝난 뒤 다쓴 볼펜과 책 몇 권이 훈장처럼 남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상대방과 호흡으로 연습한다. 김소연은 "오빠를 만난 뒤 처음으로 누군가과 연기로 호흡하며 연습했다"라며 "천서진 캐스팅 제안이 왔을 당시에 출연을 고민했는데 오빠가 '왜 도전을 두려워 하냐'라며 조언해줬다. 작가님과 감독님을 만나러 가는 것또한 오빠의 조언으로 나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상우는 김소연에게 있어서 도전의 원동력이었다. 그는 "사실 감정이 큰 작품을 하며 외출도 잘 안하고 배우병이 걸린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 후엔 쉬는 날이 되면 오빠와 맛있는 걸 먹고 산책하면서 캐릭터와 본체가 분리되더라.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전엔 도전을 잊고 살았다고. 비슷한 연기와 안정적인 작품으로 평탄한 배우 삶을 살아온 김소연은 '펜트하우스'를 만나 새로움을 발견했다. 그는 "예전 '왕좌의 게임'을 보며 부러워하던걸 해소시켜준, 상징적인 작품"이라며 마음 속 깊게 '펜트하우스'를 새겼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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