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어르신 휴대전화 한번 봐드리세요"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이모(67)씨는 스마트폰을 쓰다 궁금한 게 생기면 집 근처 통신사 대리점에 간다고 한다. 외동딸은 미국에 살고, 남편은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IT 기기를 잘 다뤄 이씨는 그동안 스마트폰 사용법 배우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이씨는 “얼마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손주 사진을 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좌우로 휙휙 돌아가기에 고장인 줄 알고 대리점에 갔다”며 “내가 버튼을 잘못 눌렀다는데 뭘 잘못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본지가 최근 60~80대 어르신 2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에서 어르신 대부분은 스마트폰 사용법을 모를 때 가족이나 지인 못지않게 통신사 대리점이나 휴대전화 판매점에 의존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자녀가 독립했거나 배우자와 사별해 홀로 사는 어르신이 많은 데다, 그런 일로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서모(76)씨는 “모르는 게 있어 지난달 휴대전화 판매점에 갔더니 ‘휴대전화가 낡아서 잘 안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며 “산 지 1년도 안 된 전화를 바꾸라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모르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데 애들이 짜증을 내니 물어보기가 싫다”고 한 어르신이 태반이었다.
60~80대 노인 수십명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서울디지털재단의 ‘어디나지원단’ 강사들은 이번 추석 때는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을 만나면 잠시 짬을 내 휴대전화를 한번 살펴봐드리라고 조언한다. 20~50대 정도가 손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관리만으로도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훨씬 편안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만난 강사 5명이 가장 첫째로 강조한 것은 “어르신들이 돌아서면 잊어버리시는 건 당연하다”였다. 강사 김미경(62)씨는 “‘아까 알려드렸잖아요’는 어르신들을 위축시키는 금기어 1순위”라며 “항상 처음 알려드리는 것처럼 여러 번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다. 강사 정순이(61)씨는 “20~30분 넘어가면 집중을 잘 못하셔서 정말 필요한 것 딱 한 가지만 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했다.
또 모든 강사들이 강조한 것은 “이모티콘, 음성 메시지 보내는 법을 알려드리라”는 것이었다. 강사 전종국(63)씨가 관악구에서 교육했던 60대 후반의 한 할아버지는 한글을 잘 모르는 사례였다. 전씨는 “자녀들이 사줘서 스마트폰 써본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한번도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못 보내봤다는 걸 듣고 음성 메시지를 알려드렸더니 정말 기뻐하셨다”고 했다. 이모티콘은 터치 한 번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는 조언도 많았다.
30년간 공무원으로 일한 강사 황병조(62)씨는 “휴대전화 기본 설정을 한 번 ‘어르신 맞춤형’으로 해드리면 굳이 배울 필요가 없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스마트폰 화면 글자 크기나 소리를 시력·청력에 맞춰서 조정하라는 것이다. 그는 “블루라이트 차단 필터 기능이 있다면 그걸 켜드리는 게 어르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7년 가까이 스마트폰 교육 관련 일을 했다는 임정빈(75)씨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고스톱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터치 등 화면 조작에 익숙해지게 돕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잠금을 풀거나 꺼진 화면을 켜는 것도 어려워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신사 대리점 대신 어르신들이 궁금한 점을 언제든 물어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자체가 콜센터를 만들거나, 동네 주민센터에서 스마트폰 관련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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