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만에 판정, 정확도 비슷.. "신속 PCR검사 늘려야"

김성모 기자 2021. 9. 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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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PCR 검사 결과는 하루 걸려 전염력 센 델타변이에 대응 늦어
신속 PCR, 정확도 큰 차이 안나 "공항·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유용"

지난 8일 오전 회사원 김모(41)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하게 회사에 사정을 얘기하고 딸을 데리고 서울역 임시 선별 검사소로 갔다. PCR 검사를 받은 건 오전 11시쯤. 그리고 다음 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김씨와 딸은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 9일 오전 10시쯤 ‘음성’이란 결과를 받고 한숨을 돌렸지만 그사이 김씨 가족은 물론 주변까지 다 초긴장 상태로 보내야 했다. 김씨는 “딸은 감염이 됐는지 안 됐는지, 나와 남편은 괜찮은지 별별 생각이 다 나더라”고 했다.

지금 코로나 감염 여부를 비교적 정확하게 따지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는 결과를 받기까지 거의 만 하루가 걸린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검사자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미 신속 PCR 검사 기법이 상용화되어 있고 일부 보급 쓰이고 있다.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안팎으로 10분의 1 미만. 전파력이 센 ‘델타(인도발) 변이’가 주도하는 4차 대유행 확산세를 꺾으려면 이런 신속 검사 기법을 적극 활용해 감염자를 빨리 파악한 뒤 동선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결과 1시간 33분 만에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경기도 여주시청 앞 신속 PCR 검사소. 본지 취재진이 여주시가 진행하는 신속 PCR 검사를 받아보니, 결과가 금방 나왔다. 코 안으로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고, 분석을 끝낸 다음 ‘일상생활을 계속하실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휴대폰에 표시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시간 33분. 반면 같은 시각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받은 취재진 검사 결과는 이튿날 오전 10시에야 통보됐다. 신속 PCR보다 12배쯤 오래 걸린 셈이다.

특히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2.5배 강해 ‘신속 PCR’을 잘 활용하면 방역에 효과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고 하루 가까이 검사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 이 검사자가 감염자라면 그사이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주시는 진단 업체 A사를 통해 검체 채취 장소에 ‘현장 간이 검사 센터(나이팅게일 센터)’를 세워 분석까지 한 장소에서 끝낸다. 더구나 이 검사 센터에선 검체 채취·분석에 3명만 필요해, 종전 방식 검체 채취와 수집·이동, 분석에 수십명이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효율적이기도 하다. 검사 비용도 일반 PCR(8만원 안팎)보다 싼 2만~3만원 정도다. 업체 측은 “최근 무증상·경증 환자가 많아진 만큼 각 고속도로 휴게소나 국제공항, 여객 터미널 등에 설치하면 안심하고 여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관건은 ‘정확도’다. 식약처 승인을 받은 신속 PCR 키트 3개와 일반 PCR 키트 2개 등 5개를 비교해 연구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신속 PCR 검사 정확도(전체 일치도)는 92.86~98.57%, 일반 PCR(97.14%)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코로나 유행 이후 지금껏 진단 검사 누적 건수는 6770만여 건. 정확도만 보장된 제품이라면, 신속 PCR 검사 이용을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신속 PCR 제품을 쓸지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병원이나 지역 보건소 등) 검사 기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각 검사 기관 환경에 맞게 평가를 해서 믿을 만한 제품이라고 판단하면 식약처에서 허가한 제품을 쓰면 된다”고 했다.

신속 PCR 검사 확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교수는 “신속 PCR 검사는 아무래도 일반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자칫 한 번 받고 또다시 검사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교수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신속 PCR 제품이라면, 공항이나 응급 환자 진단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겠다”고 말했다.

◇”IT 활용, 접촉자 관리해야”

신속 PCR 검사 활용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 기술을 활용해 동선 관리를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천정희 서울대 산업수학센터장은 “‘코로나 동선 안심이’ 같은 앱(애플리케이션)을 쓰면 정부가 공개한 확진자 동선과 휴대폰을 쓰는 개인의 동선을 비교해 동선이 겹쳤는지를 관리할 수 있다”면서 “개인 동선 정보를 암호화된 상태에서 비교하는 것이라 개인 정보 노출 위험도 없애면서 내가 코로나 위험 지역을 다녔는지 알 수 있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앱을 활용하면 역학조사 인력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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