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임 직후 화천대유 취업, '이재명 무죄' 대법관의 이해 못 할 처신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일 때 본격 추진한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해 막대한 이익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7월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결 두 달 후 대법관에서 퇴임한 그는 작년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다.
이 지사는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로 이 지사는 지사직 상실을 면한 것은 물론 대선의 최대 걸림돌을 제거했다. 당시 최선임이던 권 대법관은 유무죄 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내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권 전 대법관은 자신의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생명을 사실상 결정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권 전 대법관 영입 당시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막대한 개발 이익을 보고 있었다. 이 이익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고 당시 시장이 누구였는지 권 전 대법관이 몰랐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이 지사와 대장동 개발사업의 관계는 당시 판결문에도 나온다. 이 지사의 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작년 말까지 화천대유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친분이 있던 회사 대표로부터 고문 제안이 와서 수락했을 뿐 이 지사 판결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화천대유와 이 지사는 개발 시행사와 해당 지역 시장 이상의 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대법관 출신이 퇴임 두 달 만에 자신이 유리하게 판결한 사건과 연관된 지역 부동산개발 전문회사에 고문으로 들어간 것이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국민이 ‘이 지사에게 유리하게 판결해주고 퇴임 후에 보상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을 지나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임기제인 한국 대법관에게 종신제인 미국이나 정년제인 일본처럼 퇴임 후 변호사 개업까지 금기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대법관은 3년 취업 제한이 풀리면 대형 로펌에 들어가 대법원 사건을 수임해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임하던 권 전 대법관은 지난 총선 당시 선거 관리를 편파적으로 했다고 야당의 비판을 받던 인물이다. 누구보다 퇴임 후 처신에 주의해야 할 사람이 거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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