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이 걷어찬 '4800만원+α' 일자리에, 청년 7600명 몰렸다

신은진 기자 2021. 9. 1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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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자회사 정규직 거부한 민노총
당진제철소 협력사 직원 2100명은 본사 직고용 요구, 한달째 불법점거
"수많은 젊은이들이 경쟁하며 들어가고 싶어하는 일자리를.. "
민주노총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등 1400여명이 지난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제철 자회사의 경력직 입사를 거부하며 현재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불법 점거 중이다. 반면 최근 이 자회사의 50명 신입직원 채용에는 7600여명이 몰려 15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현종 기자

현대제철이 협력업체 직원을 직고용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현대ITC가 지난 9~15일 기술직 신입 채용을 진행했다. 50명 모집에 7600여 지원자가 몰려 15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초임 연봉 4800만원 이상(성과급 별도)에 자격증 4~5개씩 가진 20대 인재가 대거 지원한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 소속 현대제철 협력사 2100여 명은 현대ITC 입사를 거부하고 현대제철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 통제 센터를 한 달 가까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ITC로 입사할 경우 경력을 인정받고, 현대제철 정규직 임금의 80% 정도를 받게 된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젊은 층이 피 터지게 경쟁하며 들어가려는 일자리를 노조는 걷어차고 있다”며 “기득권 노조가 철밥통을 챙기며 일자리 시장을 왜곡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초봉 4800만원, 입사 경쟁률 152대1인데, 민노총은 입사 거부하며 불법 시위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주요 사업장이 있는 당진, 인천, 포항에 100% 자회사를 설립하고, 협력업체 직원들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내 하도급 문제를 해결할 절충안으로 자회사를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 ITC(당진), 현대ISC(인천), 현대IMC(포항) 등 세 자회사가 지난 1일 공식 출범했다. 협력사 직원들이 자회사의 정규 직원으로 근무하게 된 것이다. 현대제철은 이들에게 자사 정규직 임금의 80%를 보장하고, 현대기아차 구매 할인 혜택, 의료비, 학자금, 건강검진 등 현대제철 근로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복지 조건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자회사(ITC)의 근로 조건

인천과 포항은 대부분 자회사 정규직 전환에 동의했다. 하지만 당진제철소 협력업체 직원 5300여 명 중 2700여 명만 자회사 정규직에 동의하고, 나머지는 “현대제철 본사 직고용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겠다”며 강경 투쟁에 나섰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현대ITC 2차 경력직 채용에 500여 명이 추가 지원했지만, 2100여 명은 여전히 자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있다.

기존 노조원들이 걷어찬 현대제철의 자회사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2030세대가 선망하는 일자리였다. 현대제철 자회사 신입 채용에서는 50명을 뽑는데 7600여 지원자가 몰린 게 단적인 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제철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 협력사 직원들은 이 신입들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데 입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신입 지원자들의 요건이 워낙 훌륭해 마음 같아서는 신입으로 다 채우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또 “어떻게 해서든 좁은 취업 문을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자격증을 따고 있는 20대와 지역사회에서는 민주노총 불법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직원들도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호소문 발표

당진제철소 불법 점거가 한 달 가까이 계속되자, 현대제철 직원들도 행동에 나섰다. 당진 공장 직원들은 지난 16일 “하루빨리 우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민주노총을 상대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직원 약 530명이 임시 사무 공간을 마련해 원격으로 일하다 보니 원활한 업무 진행이 이뤄지지 못하고, 과도한 추가 근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까지 겪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통제 센터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경비 업체 직원들에게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해 상해를 입혔고,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욕설을 했다”며 “우리도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노동자인데,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폭력 피해 대상이 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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