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선 강아지도 믿지 마라" CCT부대의 목숨 건 구출 작전
CCT부대의 '미라클' 작전
목숨 건 아프간人 구출기
지난달 25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현지인들로 붐비는 공항 주변엔 전날부터 총성과 일광탄 사격 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정부를 도운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300여명을 태운 버스는 예정 시간을 한참 넘겨 공항에 들어섰다. 탈레반 관할 검문소에서 15시간 이상 붙들려 있던 협력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보안 검색을 맡은 공정통제사(CCT) 요원 이 모 상사는 젊은 부부에게 갓난아기 요람을 넘겨받았다. 생각보다 무거워 덮개를 들춰보니 2층으로 나뉜 바구니에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쌍둥이가 있었다. 이 상사는 “저도 쌍둥이 딸을 둔 아빠라 아기들을 한참 보고 있었다”면서 “이 아이들을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작전명 ‘미라클’. 카불 공항에 집결한 아프간 협력자들을 인천국제공항까지 데려오기 위해 편성된 ‘미라클 작전’의 특수임무단에는 공정통제사(CCT) 요원들이 포함됐다. CCT는 공군 최정예 특수부대로 전시에 가장 먼저 적진에 침투해 정확하고 안전한 지점에 물자와 병력을 투하할 수 있도록 항공기를 유도한다. 카불 공항의 관제탑 등 모든 시설이 마비된 데다 언제 테러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항공기 이착륙 유도부터 검문검색, 비행 중 경계 등의 임무를 맡았다. <아무튼, 주말>이 CCT 요원 박모(49) 준위, 이모(41) 상사, 배모(26) 하사에게 ‘기적’과도 같았던 아프간인 구출기를 들었다. 보안을 위해 얼굴과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아프간에선 강아지도 믿지 마라
지난달 23일, CCT 요원 8명은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1대와 군 수송기(C-130J) 2대에 나눠 타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방탄조끼, 방탄 헬멧을 착용하고 K1 소총에 K5 권총, 테이저 총으로 무장했다. 배 하사는 “아프간에선 자살 폭탄 테러나, 급조 폭발물을 이용한 테러(IED) 사례가 많기 때문에 ‘테러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나가는 강아지도 믿지 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사전 위험을 감지하고 차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카불 공항에 도착했을 땐 26명의 협력자만이 공항에 들어와 있었다. 박 준위는 “공항 시설이 대부분 파괴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노지에 대기하고 있었다. 카불 시내에선 총격전이 벌어진 듯, 지속적으로 총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 상사도 “인근에 탈레반 저격수가 배치돼 있다는 첩보가 들어와 다들 예민해져 있었다”고 했다.
애초 계획은 24일 모든 인원을 태워 25일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이었지만, 아프간인들을 태운 버스가 탈레반에 가로막히면서 작전이 변경됐다. 버스가 공항으로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채, 부족한 식량과 물로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25일 새벽에서야 아프간 협력자 300여명이 공항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 준위는 “공항 게이트는 탈레반들의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탈레반 한 명당 미군 한 명이 배치돼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고 했다.
CCT 요원 일부는 첫날 26명을 태우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이동한 상태라, 카불에 남은 소수 인원으로 수백 명의 보안 검색을 해야 했다. 배 하사는 “혹시나 자기 가족이 그 나라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서로 먼저 검사를 받으려는 상황에서 통제가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오전 7시쯤 365명 신원을 확보했고, 정오쯤 이들을 이슬라마바드 공항까지 싣고 갈 C-130J 2대가 카불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가 올 때까지 CCT 요원들은 무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종이상자를 뜯어 부채질을 해줬다.
이슬라마바드 도착 후, 적정 탑승 인원이 270여명인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한 대에 총 391명을 태워야 했다. 승무원과 CCT 요원들은 서른 시간 넘게 잠을 못 잔 상태였지만 자리를 양보했다. 박 준위는 “아기는 어른들이 안고, 아이들은 두 명 탈 자리에 세 명씩 태운 상태라 우리가 앉아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배 하사는 “아이들이 울지도 못할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간식으로라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다”면서 “저희는 평소에도 무박 4일로 산행하는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었다”고 했다.
◇가장 먼저 투입돼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CCT의 신조는 ‘First there,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온다)이다. 적진에 침투하는 능력이 중요해 고공 강하 훈련은 물론 육군 특전사 훈련, 해군 UDT/SEAL 훈련, 해병대 산악 훈련까지 섭렵한다. 해당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지형을 파악하는 능력, 항공기를 유도 통제할 수 있는 관제 능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교육 과정이 혹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이 상사는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CCT 기본 교육 훈련이었다”고 했다. “소수만 뽑다 보니 교육생은 2명인데 교관 분들이 10명 나오셨거든요. 제가 체육학과를 나와서 운동에는 자신 있었는데도 힘들다고 느낄 만큼 강한 훈련을 받았습니다.”
배 하사는 “10㎏ 무게의 통신기를 포함해 40㎏ 이상 무장을 하고 일주일 동안 독도법을 이용해 밤낮없이 고강도로 산행을 이어가야 하는 전술종합훈련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CCT에 지원한 이유를 묻자 “10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수많은 비극을 겪은 우리 역사를 배우면서 이 땅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면서 “CCT가 한 명의 목숨으로 전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특수부대라 판단해 지원했다”고 했다.
CCT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이라크 ‘항구적 자유’ 작전에서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오가며 항공기 호송 임무를 맡았고, 2013년엔 필리핀 태풍으로 인한 인도적 구호 작전에 참가해 기내 안전 및 항공기 보호를 담당했다. 최근엔 대테러 임무가 추가돼 해외 재해·재난 시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 상사는 “훈련이나 비상 대기가 잦아 집에 자주 못 들어간다”며, “이번 작전도 가족들한테 비밀로 하고 ‘잠깐 출장 다녀올게’ 하고 나왔는데 뉴스에 나온 사진을 보고 알았다더라”라고 했다.
11시간 비행 끝에 아프간 협력자 378명을 태운 KC-330은 지난달 26일 오후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배 하사는 “비행기를 함께 타고 오며 보니 모두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아픔을 겪은 분들이라 동질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작전 종료 직전에, 제 키 반절만 한 대여섯 살 꼬마가 저한테 고개를 숙이라고 손짓을 하더니 오른쪽 볼에 뽀뽀를 해주고 가더라고요. 엄지손가락을 들고 웃으며 떠난 아이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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