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은 왜 아버지 묘를 이장했을까?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2021. 9.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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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두규의 國運風水]
중국 공산당 100주년과 풍수

2021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지난 7월 1일 시진핑 주석은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목표로 한 중국몽”을 천명하였다. 서구 마르크스주의에 토대를 둔 중국공산당과 전통사상으로서의 풍수는 “중국몽” 실현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중국 시안에 있는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묘. 시 주석은 저장성 당서기를 지내던 2005년, 아버지 시중쉰 묘를 베이징에서 시안 푸핑현의 길지로 이장했다. /김두규 교수

‘과학적 사회주의’인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풍수는 분명 미신이었다. 1921년 7월 중국공산당을 창당한 천두슈의 풍수관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청년에게 드리는 글’에서 “중국 지식인들이 과학을 모르고 음양오행설에 빠져 땅 기운 운운하는 풍수설로 혹세무민한다”고 비판한다. “조상 뼈다귀에 매달리는” 미신에서 벗어날 것을 호소한다. 중국공산당의 풍수관은 이렇게 시작한다.

마오쩌둥 역시 1927년 ‘호남농민운동 시찰보고’에서 풍수·사주 같은 ‘미신’을 비꼬아 부정한다. “팔자를 믿어 운이 호전되기를 바라고, 풍수를 믿어 조상묘에 좋은 기가 흐르기를 바라세요? 그런데 몇 달 전까지 그렇게 팔자 좋고 명당에 조상을 쓴 탐관오리들이 왜 처형되었을까요. 이것도 팔자와 풍수 탓일까요.”

중국공산당이 풍수를 미신으로 공식화하였지만,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울 때까지는 국민당과의 내전, 항일전으로 풍수 같은 하찮은 ‘미신’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공산당이 풍수를 본격적으로 탄압한 것은 1958년 ‘대약진운동’ 때부터였다. 조상 숭배 및 매장 금지와 더불어 무덤과 비석이 철거되고 대신에 화장장이 들어서면서 화장이 강요되었다. 풍수사들은 영업행위를 알리는 간판을 집밖에 내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때도 풍수행위는 은밀하게 행해졌다.

중국 풍수 역사상 최대의 시련은 1966년에 시작된 ‘문화혁명’ 동안이었다. 풍수사들의 집들이 수색되고 풍수서적과 도구들은 압수·소각되었다. 일부 풍수사는 맞아 죽기도 했다. 홍위병들은 무덤들을 파헤치고 유골들을 불태웠다. 그렇다고 풍수신앙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밤중에 후손들이 은밀히 파헤쳐지고 불태워진 조상의 뼈들을 수습해 집 근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었고, 여기에 또 풍수사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1978년 등소평의 등장과 개혁개방 정책은 풍수에도 재생의 길을 열어준다. 1980년대 들어서 홍위병들이 파헤친 조상의 무덤들을 복원하고 숨겨둔 조상 유골을 다시 안장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일어났다. 1988년 인민일보는 풍수지리를 ‘신흥환경지리학’으로 복권시킨다. 1990년 난징의 동남대학 건축과 허샤오신(何曉昕) 교수는 ‘풍수탐원’이란 책을 출간한다. 물론 국가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서다. 여기서 허 교수는 풍수를 ‘미신’이 아닌 ‘학문’으로 정의했는데, 대부분의 중국학자들이 ‘학문’까지는 아닐지라도 ‘지식’이라는 데 동의한다.

2005년 ‘중국건설부 200577호’ 문건에서 “건축 관련 풍수는 과학의 문제이며, 무덤풍수는 신앙의 문제”라고 하여 풍수를 과학과 신앙의 차원으로 올려놓는다. 2005년 5월 당시 저장성 서기로 있던 시진핑이 아버지 시중쉰 묘를 베이징에서 시안 푸핑현 대명당으로 이장할 수 있었던 것도 공산당의 풍수관 변화 덕분이었다.

2012년 12월 중국은 쓰촨성 랑중시에서 “12월 9일을 세계풍수문화의 날”로 선포하고 거대한 행사를 치렀다(당시 필자와 김혜정 대전대 교수가 문화재청 파견으로 참관했다). 중국 공산당 100년 동안 풍수는 미신에서 지식(학문)·신앙을 거쳐 문화로 그 위상이 거듭 바뀌었다. 이제 중국공산당에 풍수는 미신이냐 과학이냐가 아니다. 중국몽 실현에 부응하는 세계적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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