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배달은 속도가 생명? 위험에 가속이 붙는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 2021. 9.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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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다 화가 치미는 경험을 했다.

교차로 앞에서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배달 오토바이들이 차로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내 앞을 지나간 것.

부제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처럼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 위 무법자로 폭주하게 떠민 건 우리다.

이 책이 제기하는 큰 문제는 배달 노동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일자리가 10∼20대가 진입하기 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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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강혜인, 허환주 지음/208쪽·1만3000원·후마니타스
동아일보DB
최근 차를 타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다 화가 치미는 경험을 했다. 교차로 앞에서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배달 오토바이들이 차로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내 앞을 지나간 것.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의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가 굉음을 쏟아내며 달려 나가는 장면을 보니 아찔했다. 아이들 앞이라 차마 욕은 못 뱉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런데 이 감정이 무색하게 집에 도착한 난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좀 전의 일은 모두 잊고 오직 빨리 음식이 왔으면 좋겠다고, 치킨을 어서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플랫폼 일자리를 둘러싼 노동 문제를 분석한 책이다. 부제 ‘우리가 만든 어떤 편한 세상에 대하여’처럼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 위 무법자로 폭주하게 떠민 건 우리다. 배달 노동자는 왜 목숨을 걸고 달릴 수밖에 없을까? 첫째, 소비자가 빨리 받고 싶어 한다. 둘째, 배달 지연으로 평점이 깎인 기사는 다음 주문을 받기 어려워진다. 셋째, 건수가 곧 소득이므로 많은 주문을 따내야 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은 플랫폼 업체가 말하는 배달 노동의 매력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플랫폼 관련 문제를 취재한 기자인 저자들은 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하루에 40건 이상 100km를 넘게 운전해서 벌 수 있는 일당은 15만∼20만 원. 한 달 일하면 수수료를 제하고 대략 300만 원 내외다. 여기서 오토바이 임차료 보험료 기름값을 빼면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은 200만 원이 안 된다. 결코 고소득이라 할 수 없다. 배달 노동자의 대부분은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앱은 원하는 시간, 장소만 받는 라이더에게는 다음 주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빨리 달릴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라이더들은 늘 사고에 노출되어 있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플랫폼 산업은 자영업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대한민국 특성상 플랫폼 노동은 곧 사회 전반적인 노동 환경의 수준이기도 하다. 이 책이 제기하는 큰 문제는 배달 노동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일자리가 10∼20대가 진입하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 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노동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시장의 법칙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과 노동 환경은 지금이 최선일까? 그렇지 않다. 플랫폼 기업은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다양한 플랫폼 산업이 새로운 부를 만든 게 아니라 존재하던 부를 추출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가야 할 몫을 플랫폼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배달 청소 택시 대리운전 등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소비자의 삶이 편해졌지만 편리함의 바탕엔 인간의 노동이 있다. 그 노동이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그 노동에 합당한 대가가 부여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손민규 예스24 인문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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