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SF 역사 되짚다
레이건 美대통령, 작품서 영감 받아
사상 최대 무기 연구 '스타워즈' 계획
주요 작가·작품 연대기적으로 살피며
SF의 개념과 특징 정립 시도 나서
제1차 세계대전에 따른 전쟁 특수와 시장 방임주의, 대중의 욕망이 뜨겁게 분출하던 1926년 4월, 작가 휴고 건스백(Hugo Gernsback)은 최초의 본격적인 SF 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스’를 창간했다. 이때 건스백이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서 잡지의 내용과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가 바로 SF, 즉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었다.
그는 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스’에서 애드거 앨런 포와 쥘 베른, H G 웰스 등의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즉, 그는 포가 과학적 지식에 의지해 소설을 지어내고 과학적 데이터의 카리스마적 권위를 통해 상상력을 안정시켜 나간 점을 평가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으로 알려진 쥘 베른이 과학적 데이터를 써서 서사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을, 웰스의 경우 과학 특히 진화론에서 유래하거나 기댄 추측과 비유하는 점을 각각 주목했다.
건스백의 이런 활동을 거쳐 최초의 SF 이미지가 대중들 사이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독특한 모습의 비행체 우주선, 빠른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 빔, 사람과 다르면서도 상당한 지능을 가진 로봇….
SF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는 데 영향을 미친 건스백은 록셈부르크 태생으로 세 차례 결혼을 했으며, 전기전자 분야에 관심이 많아 아무추어 무선을 보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SF 분야의 저명한 상인 휴고상은 그의 이런 활동을 기념해 붙여진 이름.
물론 그가 20세기 초반 SF라는 용어와 장르를 정착시켰지만, SF적 요소를 담은 텍스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통되고 있었다. 즉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식민지 모험소설’, ‘미래의 전쟁’ 등 다양한 형태로.
SF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것은 어떤 장르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현실을 뒤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SF 소설이나 영화 등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아온 이래 현실 세계와 깊숙한 관계를 맺어왔으니.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SF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역사상 최대의 무기 연구계획을 발표했다. 레이저 또는 양성자 빔으로 대기권 밖에서 소련의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스타워즈’계획이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스타워즈 계획에 실제 SF 작가들이 직간접으로 참여한 건 나중에 알려졌다. 스타워즈 계획은 이에 맞대응하려는 소련에게 막대한 방위비 부담을 안겼고 ‘결과적으로’ 소련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저자들은 먼저 SF라는 장르가 정의돼온 다양한 방식들과 작가와 평론가, 편집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SF를 ‘인지적 소격(疏隔)의 문학’으로 이해한 다르코 수빈의 주장이 재밌다. 그는 세계를 낯설게 보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소격 효과’ 개념을 적용 발전시켜, ‘소격의 시선’이야말로 SF의 가장 중요한 형식적 기준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동일시 효과를 강조하는 판타지와 구별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저자들은 이어서 SF의 경향과 주요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검토한다. 제2장에서는 SF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부터 있었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식민지 모험소설’ ‘미래의 전쟁’ 등의 과학 소설의 계보를, 3장에선 건스백의 ‘어메이징 스토리스’를 중심으로 SF가 확산하는 1930년대의 경향과 작품을, 4장에서는 SF 황금시대를 열었던 잡지인 캠벨의 ‘어스타운딩’과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버트 하인라인 등이 활약한 1940년대 주요 작가과 작품을 차례로 살핀다.
5장에서는 냉전과 소비지상주의 속에서 전쟁 후유증과 핵에 대한 불안을 다루는 1950년대 경향과 작품을, 6장과 7장은 SF가 하드SF와 소프트SF, 좌파 SF와 우파 SF, 뉴웨이브, 페미니즘 등으로 분열하는 1960∼70년대 경향과 작품을, 8장과 9장에서는 리들리 스콧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비롯해 사이버 펑크의 성장과 다양한 장르와의 혼합을 중심으로 1980∼90년대 경향과 작품을 차례로 분석한다. 마지막에는 21세기 다양한 흐름 속에서 SF의 미래를 조망한다.
SF의 역사와 큰 흐름이라는 여정을 마친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그들은 SF란 결국 과학과 시대, 역사와 사람 등과 뒤섞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흐름이나 과정이라고 이해한 듯하다. 하나의 형태나 갈래로 고정돼 있지 않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명멸하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나오면서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함께 여행을 다녀오면 문학적 상상력의 또다른 극한인 SF의 역사나 주요 작품, 개념에 대한 큰 흐름이나 미니 맵이 보일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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