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급등하는 전세대출을 어쩌나

황정일 2021. 9. 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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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규제 필요성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유독 크게 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로써는 금융당국이 추석 이후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엔 전세대출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세대출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 상품과 달리 비교적 용도가 뚜렷하고,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수요 대출로 분류한다.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을 때만 대출이 가능하고, 대출금도 은행에서 곧바로 전셋집 임대인 통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당국도 전세대출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전세대출을 활용해 집 사는 것을 막겠다며 전세대출 보증 소득기준을 강화하려 했지만, 실수요자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다.

「 전세대출 증가, 전세금 급등이 원인
규제 말고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하지만 전세대출을 100% 실수요 대출이라고 보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대출 상품보다 이자가 싼 편이어서 전세금이 있어도 전세대출을 넉넉히 받아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적지 않고,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걸 찾아낼 수만 있다면 이른바 ‘핀셋 규제’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장에선 정부가 전세대출을 직접 규제하는 대신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간접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출자의 대출 체감 문턱을 높이면 전세대출 가수요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수요자라도 앞으로 전세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집값이 급등해 전세 사는 것도 서러운데, 전셋집을 얻으려면 이제 은행에까지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전세대출 급등세를 꺾을 수 있을까. 전세대출이 급증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의 전세대출 증가액은 평균 1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9년부터 2조원을 웃돌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3조원을 넘기는 일이 잦아졌다. 전세금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8개월 만에 11.62%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주택가격조사 결과 지난달 경기도 전세금은 1.03% 올랐는데, 월간 기준으로는 2011년 9월(1.67%)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부동산플랫폼 다방이 201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 전세 계약이 이뤄진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지하층 전세금을 조사한 결과 올해 전세금 평균이 1억435만원이었다. 서울 빌라 지하층의 평균 전세금이 1억원을 넘긴 건 2011년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결국 뛰는 전세금을 잡지 못하면 전세대출을 규제한다고 해도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애꿎은 임차인만 괴롭힐 뿐이다.

특히 내년 7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의 임대차 만료일이 돌아오면 전세대출은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대출을 조이겠다는 건 이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밖에는 안된다. ‘재건축 실거주’(입주권을 얻으려면 2년 거주) 규제 백지화를 통해 확인했듯, 일부 규제만 풀어도 전세금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 이른바 임대차 3법을 폐기하면 다락같이 오른 전세금을 끌어내릴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우선이다.

황정일 경제산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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