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맛+헛된 낙관..주식 쪽박 부른다

서지명 2021. 9. 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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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
김수현 지음
민음사

개인투자자 900만 시대. 주식 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게 인생의 목표인 이른바 자본주의 키즈에겐 주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개미는 왜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투자하는가?』는 주식 성공신화에 매료된 개인투자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목소리다.

책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동명의 석사 학위 논문에 최근 2030 청년 투자자에 대한 분석을 더했다. 불교학과에 입학해 인류학 석사를 한 뒤 현재는 간호학과 재학 중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1994년생 저자는 주식매매방에 입실해 전업투자 중장년 남성들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개미들이 필패할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의 3단계 투자 행태를 소개한다.

초심자의 행운이랄까. 첫판에서 달콤한 ‘돈맛’을 본 뒤 판돈을 올리게 되고, “다 잘될 거야”라는 과신과 확증의 편향을 거친 뒤 ‘물타기(평균 매수 단가 낮추기)’ 기법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들은 주식으로 소위 재미를 본 기억도 있지만, 대체로 실패했다.

실상은 이들이 이른바 매매방이란 곳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실패 그 자체로 보이기도 한다. 정규교육과정 이수 후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한 뒤 은퇴하면 결국 치킨집을 차린다는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도식이 있는데, 여기에 매매방을 넣어도 무방하다. 매매방은 자의 또는 타의로 직장에서 나온 중년 남성들, 특히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한 아버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이 책이 개미투자자에 대한 보고서이기 전에 개인 전업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중년남성들의 이야기로 보이는 이유다.

책은 다종다기한 주식투자 기법과 각종 성공담만이 난무한 시대에 균형점이 되어줄 수 있겠다. 다만 좀 딴지를 걸고 싶다. 개미들도 많이 똑똑해졌다고, 이제 손절도 할 줄 알고 존버정신으로 무장했다고 말이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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