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답사 여정 농축한 오세영, 50년 시 편력 영문판 낸 최동호
신준봉 2021. 9. 18. 00:20
코로나 팬데믹도 시인의 상상력을 가두지는 못한다. 팬데믹 이전이지만 광활한 실크로드 일대를 오랜 시간 답사한 경험을 농축한 테마 시집이 나오고, 평생의 시 편력을 압축한 시선집이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오세영(79), 최동호(73), 두 중진시인 얘기다.
두 시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시와 거리두기를 해왔다는 점에서도 서로 통한다. 그런 점을 한글 시집이든 영문 시선집에서든 확인할 수 있다.
오 시인의 ‘우리 사는 곳-명사산에서’에는 이런 시행들이 보인다.
“수면에 떠 가냘프게 흔들리는/ 예살라이 꽃잎 몇 개./ 빈 하늘 떠도는 한 마리/ 검독수리 그림자./ 그리고 나를 응시하는 또 다른 내/ 눈동자./ 자네는 무엇을 보았나./ 매운 모래바람 정면으로 받으며/ 해를 굴리는 지평선 끝 사내를 보았나?”
최 시인 시선집의 표제작 ‘Monarch Butterfly’는 선시 같다.
“A butterfly grasping the earth/ Spreading its tiger-striped feathers/ Above the waves is flying(파도 위로 호랑무늬 깃을 펼치며/ 대지를 움켜쥔/ 나비가 날고 있다)”.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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