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로 분석 말고, 우뇌 감각으로 쳐야 타깃 적중률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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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미국에 서식하는 철새 개똥지빠귀는 중남미로 이동하는 시기가 일정치 않다. 과학자들은 강력한 허리케인이 예상되면 개똥지빠귀가 일찌감치 여행채비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실제로 이 새가 일찍 떠난 해에는 초대형 허리케인이 큰 피해를 줬다. 이 작은 새의 날씨 예측 능력은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나다.
인간의 능력도 만만치 않다. 골프 교습가인 데이나 레이더는 『본능 퍼팅』에서 “인간의 몸엔 뇌에 의해 움직이는 무의식적인 거리측정기가 있다. 눈으로 보면 자동으로 거리를 맞춰 근육을 움직인다”고 했다.
농구·야구도 공보다 타깃 향해 던져
티머시 골웨이가 쓴 『골프의 내면 게임(the inner game of golf)』에는 “물리학자 뉴턴 이후 인간은 본능을 잊고 숫자에 의존한다. 분석하는 좌뇌의 장점도 많지만 감각을 쓰지 않고 분석에만 매몰되면 지나친 분석으로 인한 망가짐(paralysis by analysis)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조던 스피스는 2017년 공이 아니라 홀을 보고 하는 ‘노룩(no look) 퍼트’를 하기도 했다. 송경서 JTBC골프 해설위원은 “홀을 보면서 퍼트하는 게 헤드업을 하지 않는 등 역학적으로도 나쁘지 않지만 가장 유리한 점은 본능적인 거리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주말 골퍼는 퍼트할 때 내리막인지 오르막인지, 몇 걸음 거리인지, 경사는 얼마나 되는지, 그에 따라 헤드를 몇cm나 빼야 하는지 분석하느라 홀에 집중하지 못한다. 몸의 거리측정기를 사용하지 않는 셈이다. 최종환 퍼팅 아카데미 원장은 “스트로크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 쓸데없는 동작을 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고치기 위해 홀을 보고 퍼트를 하는 연습 방법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공을 안 보고 치는 게 말이 되냐고 생각할 주말 골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밥 크리스티나 교수 등이 골퍼 40명을 연령별·성별·핸디캡별로 20명씩 나눴다. 한 그룹은 공을 보고, 다른 그룹은 홀을 보고 퍼트했다. 홀을 보고 퍼트를 한 그룹은 연습 스윙은 이전처럼 공을 보고 했다.
10m 내외의 먼 거리에서 홀을 보고 퍼트한 사람들은 공을 평균 홀 71㎝ 옆에 붙였다. 공을 보고 퍼트한 사람은 평균 94㎝였다. 24% 차이다. 짧은 거리에서도 홀을 본 그룹의 성적이 더 좋았다. 또한 퍼트를 계속할수록 홀을 보고 퍼트한 그룹의 실력이 다른 그룹보다 더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박인비의 아이언샷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핀에 붙지 않은 먼 거리 퍼트를 쑥쑥 넣어 메이저 3연승을 했다. 박인비는 홀과 공 주위를 대충 돌아보고 툭툭 치는데 그게 들어갔다. 메이저 대회는 그린이 빠르다. 박인비처럼 우승경쟁을 하는 선수들은 오후 늦게 경기한다. 선수, 캐디들이 밟은 발자국과 일정치 않게 자란 잔디의 길이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주 많다. 슈퍼컴퓨터도 쉽지 않을 계산인데 박인비는 본능적으로 해냈다. 박인비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2016년 “공도 홀도 보지 않는다. 무의식 상태에서 몸이 움직이는 대로 퍼트한다”고 말했다. 사진처럼 찍어서 무의식에 저장해 넣고 본능으로 치는 퍼트도 매우 효과적이다. 몰입상태인 존(Zone)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동작 완성 때까진 분석 토대로 연습
물론 골퍼에게 오른쪽 뇌가 전부는 아니다. 생초보가 그냥 골프채 들고 나가서 타깃을 보고 휘두른다고 공이 제대로 가는 건 아니다. 이종철 프로는 “처음엔 어드레스, 그립을 비롯한 스윙의 동작을 배워야 한다. 분석과 논리적인 생각은 온전한 하나의 동작으로 완성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는 자동화를 위한 신경회로망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동작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동작에 대한 생각 없이 자연스러운 스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때는 직관적인 수행을 위해 잠재의식이 작용한다”라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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