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있냐", "속옷 사진 보내달라"..악성 회원 증가에 칼뽑은 당근마켓

백준무 입력 2021. 9. 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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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17일 가이드라인 2.0 공개
안전 직거래 방법·제재 사항 등 안내
이용자 폭증하며 불량 이용자도 등장
'착용샷' 요구에 성범죄 사례까지
당근마켓의 한 이용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보낸 부적절한 메시지. 당근마켓 홈페이지 캡처
A씨는 최근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을 이용한 뒤 불쾌한 경험을 했다. 거래를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 상대방 남성에게 “남자친구 있느냐”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A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상대는 “혹시 없으면 대시하려고 했다”고 추파를 던졌다.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속옷을 판매 상품으로 등록한 B씨에게 한 이용자가 ‘착용샷’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B씨는 새 상품이라며 거절했지만, 해당 이용자는 “모델 사진을 보고 샀다가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며 실착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최근 ‘불량 회원’의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순한 목적으로 채팅을 활용하거나 ‘비매너’를 보이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당근마켓은 거래 가이드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17일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시 지켜야 할 에티켓 등을 담은 ‘중고거래 가이드라인 2.0’을 공개했다. 안전한 직거래 방법, 판매 금지 물품 정보, 불쾌감을 조성하는 행위, 음란성 채팅 및 게시물 종류, 사기 행위 종류 등 안전한 거래 경험을 저해하는 위해 게시물과 일부 요주의 이용자에 대한 이용 제재 사항들이 포함됐다.

기존 운영정책과 달리 가이드라인 2.0에는 직거래 시 참고하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누구나 찾기 쉽고 안전한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 △서로의 집 앞까지 오더라도 집 밖에서 거래할 것 △구매자는 판매자를 배려하며 물건 상태를 확인할 것 △성별·나이·종교·혼인 여부·인종·장애 등 이웃의 다양성을 존중할 것 등을 유념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당근마켓은 “욕설이나 폭력적인 언행으로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성적인 내용이 포함돼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욕설이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위협 △상대가 원하지 않는 채팅 지속 △불건전 만남, 성매매 요구 등의 행위를 했다가 상대방의 신고가 누적되면 이용이 제한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특히 불건전한 내용이 포함된 채팅을 보낼 경우 영구적으로 퇴출된다고 강조했다.

2015년 첫선을 보인 당근마켓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활용해 이용자의 위치 6㎞ 이내에 있는 사람들과만 거래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기본적으로 동네 이웃과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중고거래에 비해 신뢰도가 높아 인기를 끌었다. 현재 당근마켓의 가입자 수는 2000만명이 넘는다.

당근마켓이 정책을 강화한 것은 최근 들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A씨와 B씨의 경우처럼 직거래가 우선되는 특성을 악용하는 일부 회원들이 있다는 후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유사한 사례가 늘어나자 당근마켓은 지난 7월 다른 이용자를 신고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연애 목적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항목을 추가하기도 했다.

성범죄 사건까지 종종 발생한다. 지난 8월 한 50대 남성이 당근마켓을 통해 만난 10대 여성을 자신의 차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6월에는 옷을 구매한다며 찾아온 20대 남성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판매자 여성의 집에 들어가 성추행한 사례도 있다. 4월에도 옷을 구매하러 온 10대 남성을 자택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체포됐다.

당근마켓 측은 "불법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정책적 불이익과 처벌을 받게 되는지 세세하게 명시해 이용자 안전 조건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음을 명확히 고지했다"며 "탈퇴 시에도 거래 정보가 남아있어 신고가 가능하며, 재가입 불가 조치는 물론 위법 행위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등 조정을 위한 별도의 팀도 구성해 이용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원활히 해소할 방법을 연구하고 조치할 예정이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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