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고발 사주 의혹' 수사 속도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사건 배당 이틀 만에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진상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사건을 입건한 다음날 압수수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처럼 검찰도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성규)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대검 감찰부를 압수수색해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과 검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열람 기록 등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사실상 대검 감찰부의 협조를 받아 자료를 전달받았지만 향후 증거능력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16~17일 제보자 조씨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 입회시켜 증거를 하나씩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대검에 윤 전 총장 등을 고소·고발한 사건을 지난 14일 배당받았다. 대검 감찰부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지난 2일부터 ‘고발 사주’ 의혹 진상조사를 해왔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성규)도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고발을 접수해 지난 9일 윤 전 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다음날인 10일에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손준성 검사의 자택, 사무실,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검찰과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모두 뛰어들면서 ‘중복 수사’를 놓고 두 기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향후 두 기관 모두 같은 피의자를 소환 조사한다면 인권침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두 기관이 적어도 이 사안에 대해선 잘 협의해서 진상을 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복수사를 양 기관이 피하겠다는 분위기가 있고 구체적인 인권침해 현상은 포착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고발된 죄명 중에서 공수처 수사 범위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은 물론 검찰 수사 범위인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 수사 범위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관련 범죄’로 묶어 입건했다. 검찰도 입건한 죄명 중에서 검찰 수사 범위인 ‘선거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외에 공수처가 수사 중인 죄명도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의율해 함께 수사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검사의 범죄에 대해 수사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검찰도 원활한 수사를 위해선 공수처가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를 압수수색한 자료를 공유받아야 한다.
검찰과 공수처는 수사 권한을 두고 긴장과 갈등을 이어왔다. 공수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혐의 감찰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하면서 검찰에 윤 전 총장 감찰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지난 7월 대검을 압수수색했다. 두 기관이 각자의 수사 범위를 정리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대선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두 기관이 조만간 사건 협의 채널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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