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정주행! OTT·웹툰..깨진 연애도, 질풍노도 10대도 모두 '진심'이었다

김지혜·유경선 기자 2021. 9. 1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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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번 추석 연휴도 ‘거리두기’와 함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두 번째 맞는 추석, 연휴를 계기로 가족·친구들과 떠들썩하게 회포를 풀던 예전의 명절 풍경은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코끝모’(코로나19 끝나면 모이자)를 되뇌며 또 한 번 ‘다음’을 기약하는 연휴, 흐릿해진 ‘관계’를 돌아보는 콘텐츠를 몰아보며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웹툰 플랫폼에서 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물 4편을 골라봤다. 사람 간 만남의 본질을 되묻는 리얼리티 콘텐츠부터 10대들의 풋풋하고 위험한 조우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환승연애(2021 | 티빙)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출연진. 티빙 제공

헤어진 연인과 한집에서 살 수 있을까. 그것도 전 연인이 다른 상대와 새로운 사랑을 싹틔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황당하고 자극적인 가정을 현실로 옮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별한 커플들이 한집에 모여 살며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선다. 출연자들은 서로 자신의 전 연인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 전 연인에 대한 미련, 새 인연에 대한 설렘 등 각기 다른 속사정을 숨긴 채 출연자들은 낯설거나 익숙한 동거인들과 미묘한 감정의 교류를 이어 나간다. 전 연인과 재결합할 수도, 그가 다른 사람과 맺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설렘과 질투, 미련과 후회가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플랫폼이라 가능한 자극적인 설정이지만, 단지 ‘선’을 넘는 데만 집중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앞서 채널A <하트시그널>류의 연애 리얼리티가 한정적인 공간·시간에서 피어나는 짜릿한 감정에 주목했다면, <환승연애>는 촬영 이전 두껍게 쌓인 연인들의 ‘전사(前事)’에서 차별화된 재미를 이끌어낸다.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다양한 관계의 역사를 반추하게끔 하는 콘텐츠다. 15부작이며 17일 기준 13회까지 공개됐다.

■유포리아(2019 | 웨이브)

미국 드라마 <유포리아>

미국 10대들의 현실을 그려낸 드라마다. 2019년 미국 HBO에서 방영된 8부작 드라마로 최근 웨이브를 통해 국내에 공개됐다. 배경은 미국 중산층 주거지역, 청소년들은 마약·섹스·범죄 등에 휘둘리며 위태로운 나날을 살아간다. 감각적인 미장센과 음악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직시하기 힘든 폭력과 노출 신도 적지 않다.

드라마는 일탈을 반복하는 미국 10대들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전시하는 동시에, 아동학대·불법촬영·사회관계망서비스(SNS)·포르노그래피 등 이들을 병들게 한 사회적 원인까지 짚어낸다. 다른 세대·성별·계급의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홈 커밍> <위대한 쇼맨>으로 할리우드의 ‘수퍼 루키’로 떠오른 배우 젠데이아 콜먼이 마약에 의존하는 주인공 루 베넷을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제72회 에미상에서 드라마 부문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루 외에도 이혼 가정의 트랜스젠더 줄스, 성적 불안감을 폭력으로 감추는 네이트, 성관계 동영상 유출로 고통받는 캣까지 단순히 ‘10대들의 방황’으로 일축할 수 없는 복잡한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진다.

■더 서클(2020~2021 | 넷플릭스)

리얼리티 서바이벌 <더 서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더 서클>은 참가자들이 SNS에서 ‘좋아요’ 수 1위 자리를 놓고 겨루는 리얼리티 서바이벌이다. 202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됐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프랑스와 브라질 버전도 제작됐다. 참가자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 오로지 SNS로만 소통한다. 서로의 음성도 들을 수 없다. <더 서클>은 ‘SNS에서 당신은 누구나 될 수 있고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만일 상금 10만달러가 걸렸다면 어떤 사람이 되어 보겠는가?’라고 질문한다. 참가자들은 단계마다 인기투표를 통해 탈락자와 인플루언서를 가려낸다.

SNS상에서의 인간관계는 대개 피상적이라고 여겨진다. SNS로 맺는 인간관계는 실제 세상에서의 인간관계와 얼마큼 비슷하고 어떻게 다를까? 진심은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인 것 같지만 서바이벌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 참가자들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1등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을 심어주려는 과정에서 참가자들끼리 우정이 싹트는 과정도 흥미롭다. 결국 SNS 뒤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판 시즌3가 진행 중이다.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2020~연재 중 | 네이버웹툰)

웹툰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제공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으로 큰 인기를 끈 작가 순끼가 새로 연재하고 있는 학원물이다. 순끼는 전작에서 등장인물 간 심리묘사를 섬세하고 긴장감 있게 풀어내며 ‘로맨스릴러’(로맨스+스릴러) 장르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는 10대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을 그렸다. 옛날 일기장을 뒤져야 어렴풋이 살아나는 10대 시절 정서를 꼼꼼하게 풀어낸 풋풋한 작품이다.

<세기말 풋사과 보습학원>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 미애와 철이의 이야기이다. 배경은 ‘뉴 밀레니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999년이다. 199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기억한다. 오해를 피하고 싶으면 이성친구의 이름을 부를 때 반드시 성과 이름을 붙여 불러야 한다. “철아”라고 부르면 안 되고 “김철”이라고 불러야 놀림당하는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사방이 10대 청소년들의 예민한 눈과 귀로 둘러싸여 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독자도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둘의 관계를 숨죽여 응원하게 된다. 교환일기, 삐삐, 독서실 등 1990년대 추억의 장면들을 돌아보는 경험은 덤이다.

김지혜·유경선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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