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복귀하기 전에..중국, CPTPP 가입 신청서
[경향신문]
미, 트럼프 때 탈퇴 후 재가입 희망
중, 방해 심화 전 영향력 확대 노려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CPTPP에 복귀하기 전 가입국 사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밤 성명을 통해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이 데미언 오코너 뉴질랜드 무역장관에게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중국의 정식 가입 신청과 관련된 후속 작업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 원격 화상회의를 가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세계 무역과 경제 협력을 정상 궤도로 복귀시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중국과 세계 경제를 되살리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가입 신청에는 CPTPP 재가입 의향을 밝힌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0년 CPTPP 전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발족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미국인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2017년 TPP에서 탈퇴했다. 중국은 과거 TPP가 자국을 겨냥한 미국의 포위망이라며 경계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재가입 의사를 적극 밝히자 지난해 말부터 가입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새로 CPTPP에 가입하는 나라들이 중국의 가입을 반대하기 전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 미중연구소 수라브 굽타 선임연구원은 “영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중국의 가입을 방해할 위험이 있어 이러한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도 CPTPP에 가입하기 위해 CPTPP 관계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중국이 CPTPP에 가입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굽타 연구원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등 대다수 CPTPP 가입국들은 중국의 가입을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에 따라 한국 정부의 가입 신청 추진도 빨라질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그간 CPTPP 가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중국의 견제로 선뜻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일본, 멕시코 등과 FTA 체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PTPP는 무역 관세를 없애고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기구로 현재 11개국이 가입해 있다.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가 만든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PSEP)로 시작됐으며 2010년 미국이 가입하며 TPP로 이름이 바뀌었다. 미국이 TPP에서 탈퇴하자 일본·호주 등이 2018년 CPTPP를 출범시켰다. 현재 CPTPP 참여국의 총 경제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한다. 여기에 미국, 영국, 중국, 한국까지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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