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호주에 뒤통수 맞았다" '오커스' 불똥..47조원 계약 날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9. 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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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영·호주 새 안보협력체 발족
디젤 잠수함 납품 계약 파기 당해
출범 몰랐던 EU도 ‘소외감’ 피력
미국, 유럽과 동맹 관계 ‘경고등’

미국·영국·호주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협력 강화와 중국 견제를 위해 발족시킨 새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수십조원짜리 디젤 잠수함 납품 계약을 파기당한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력 반발하면서다.

미국으로부터 오커스 출범 내용을 사전에 제대로 설명 듣지 못했던 유럽연합(EU)도 소외감을 피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일방적인 아프가니스탄 철군, 유럽을 배제한 새로운 안보협력체 출범 등이 겹치면서 대서양 관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프랑스는 16일(현지시간) 미국과 호주에 대해 가시돋친 발언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프랑스 방산업체 나발그룹이 호주에 디젤 잠수함 12척을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오커스 발족으로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호주는 앞서 2016년 프랑스와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도입 계약을 맺었지만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확정되면서 프랑스와 추진하던 사업을 접기로 했다.

프랑스 외교부와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마주한 때에 프랑스 같은 동맹이자 유럽의 파트너가 호주와의 동반자 관계에서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칙에 기반한 일관성이 결여된 미국의 선택에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주미 프랑스대사관은 오커스 발족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미국 독립전쟁 당시 미국을 지원한 프랑스가 영국과 싸워 이긴 체사피크만 해전 240주년 기념 갈라 행사를 취소했다.

프랑스는 사전에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한 데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주에 대해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면서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 간에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하던 짓”이라고도 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도 호주를 향해 “몹시 나쁜 소식이 있을 것”이라면서 모종의 보복을 암시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선 “동맹국을 어떻게 대했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공개적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15일 프랑스를 방문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잠수함 납품 계약을 “양국 간 파트너십과 신뢰 관계의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던 터라 하루아침의 계약 파기가 결코 달가울 리 없다.

EU 역시 볼멘 표정이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는 자체 전략을 공개하면서 EU가 오커스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우리는 다른 이들이 그렇게 하듯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면서 소외감을 나타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프랑스와 EU가 지난 6월 브뤼셀을 방문해 “미국이 돌아왔다”고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을 연달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미국이 프랑스의 분노를 다독이지 못한다면 유럽과의 동맹 관계가 손상되면서 미국이 오커스 출범으로 견제하려 했던 중국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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