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탄 필요한 손정의, 보호예수 끝나자 쿠팡 주식 2兆 팔았다

이현승 기자 입력 2021. 9. 17. 18:27 수정 2021. 9. 1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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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가 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않는 보호예수(락업·Lockup)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쿠팡 주식을 2조원 어치 팔았다.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14일(미국 현지시각) 보유한 쿠팡 주식 5700만주를 1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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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최대주주 비전펀드, 지분 10% 매각
8월 13일 보호예수 끝나자 2兆 팔아
中 기업 투자로 손실..2분기에만 16.5兆 현금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가 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않는 보호예수(락업·Lockup)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쿠팡 주식을 2조원 어치 팔았다.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할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연일 하락세였던 쿠팡 주가에 악재가 될 것이란 투자자 우려가 크다.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14일(미국 현지시각) 보유한 쿠팡 주식 5700만주를 1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다. 현금화한 금액은 16억9204만달러(1조9932억원)다. 매각 지분은 비전펀드가 보유한 주식의 약 10%로, 매각 후 남은 주식 수는 5억6815만6413주다. 비전펀드는 여전히 쿠팡의 최대주주다.

2018년 11월 15일 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과 김범석 쿠팡 대표가 일본 도쿄에 있는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쿠팡 제공

비전펀드의 주식 매도는 쿠팡이 지난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설정한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이후 이뤄졌다. 쿠팡은 주식 상당수에 대한 보호예수 기간을 2분기 실적 발표 이틀 후인 8월 13일까지로 설정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15년과 2018년 두차례에 걸쳐 쿠팡에 30억달러(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회사가 단 한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 사업모델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쿠팡의 성장성을 믿는다며 투자금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주식 매도는 비전펀드가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크게 본 상황에서 새로운 기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전펀드는 중국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2019년 118억달러(13조6000억원)를 투자했는데 현재 지분가치가 78억달러(8조9900억원)로 줄었다. 중국 정부가 IT 기반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2분기에만 미국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 등의 주식을 140억달러(16조5000억원) 규모로 매각했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의 주식 매각에 소극적이었으나,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할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방침을 바꿨다.

쿠팡 주가는 상장 후 연일 약세다. 쿠팡은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내는 회사로,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거의 없었지만 폭발적인 성장세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라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상장 당일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 886억5000만 달러(100조4000억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2분기 순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되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8월 11일 2분기 실적 발표한 이후 공모가인 35달러를 밑돌아 16일 29.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인 44억7800만달러(5조1810억원)를 기록했지만 순손실이 5억1860만달러(5985억원)로 5배 가량 확대됐기 때문이다. 7월에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발생한 손실 3415억원이 반영됐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비(非)식품군 온라인 침투율이 높은 만큼 쿠팡이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식품, 의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OTT) 쿠팡플레이 등 상거래가 아닌 플랫폼 사업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야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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