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은커녕 저질 말싸움에 폭력까지 나온 국민의힘 토론회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1차 경선을 통과한 뒤 지난 16일 첫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정책 토론은 고사하고 유력 후보들 간 말싸움으로 점철됐다. 특히 지지율에서 앞서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토론 내용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이 검찰총장 재직 시 벌어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윤 후보는 “그 경위를 봐야겠다”고만 짤막하게 답변했다. 국정 수행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질문에는 “검사 생활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만 대답했다. 사실상 검증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정책을 둘러싼 토론은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매우 유감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은 국정 현안 파악과 정책에 대한 이해와 준비 부족을 지적받아왔다. 정권 교체론만 믿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대 정서에만 기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책이나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 등에 대해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첫 토론회에서부터 이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토론 대신 수준 낮은 말싸움만 난무했다. 상대 후보의 발언과 질문을 비하하는 “못된 소리” “꼰대식 발언” “허접한 애” 같은 표현이 튀어나왔다.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홍·윤 두 후보 간 말싸움이 장외로 번진 점이다. 윤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토론회장을 나서는 홍 의원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지지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말싸움의 앙금은 토론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홍 후보의 ‘조국 과잉수사’ 발언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수준 낮은 토론이 소모적인 논쟁을 부르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보를 뽑는 토론회는 그 정당과 후보자들이 수권 능력을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이다. 국가 비전이나 정책 능력에 대한 검증은 없이 저질 말싸움이나 벌이면서 무슨 명목으로 시민들에게 한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당 후보 토론회가 없다는 지적에 “민주당보다 더 많은 토론으로 정책능력을 검증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압박 청문 토론회니 청년콜라보 토론회, 팀배틀 토론회 등을 약속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런 이목을 끄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다. 진정 수권 정당을 자임한다면 후보들은 정책대결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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