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멈춰선 시계

윤진 2021. 9.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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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을 앞두고 오늘(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백낙청·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이현숙 여성평화외교포럼 명예대표,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 협의회 회장,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한은숙 전 원불교 교정원장이 참석했습니다.

학계, 시민사회, 종교계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던 인사들인 만큼, 꽉 막힌 현 상황을 놓고 저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먼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3년 전 그날에서 단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 "남북관계 가다서다 지그재그 때로는 역주행…전진할 것"

임동원 명예이사장은 "남북관계 역사를 보면 일직선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항상 가다서다 지그재그로 때로는 역주행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항상 앞으로 가게 됐고 또 전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자고 강조했습니다.

■ "남북, 무기 성과 자랑…서로 자극할 수 있는 언동 과시는 신중해야"

김희중 대주교는 "요즘 북측과 남측이 무기를 개발하는 성과에 대해서 자랑하고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할 수 있는 작은 언동이나 과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경상도 전라도 비자 없이 왔다갔다 하듯이 남북이 서로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면 그것이 실질적 통일이고 평화가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 "김여정, 평화의 전도사 → 악역"

김덕룡 전 수석부의장은 "북이 잘못할 때는 (정부가) 단호하게 따끔하게 이야기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좀 아쉽다"며 "김여정 부부장은 평화의 전도사 같은 사람이었는데 요새 악역을 담당해 예의범절에도 맞지 않는 얘길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18년 9월 19일 백두산 천지 앞


3년 전 남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 ▲교류 협력 더욱 증대-철도 도로 연결 위한 착공식,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정상화 ▲이산가족 문제 해결 위한 협력 강화 ▲ 국제경기 공동 적극 진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실천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한반도에서 실질적 전쟁위험은 제거되지 않았고,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시험에서 보듯 적대관계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철도 도로 연결은 커녕 남북간 통신선마저 불통 상태입니다.

이산가족들을 위해 '화상' 상봉장 시설이 확충됐지만, 언제 북측과 연결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습니다. 도쿄올림픽은 북측의 불참으로 남측만 참석했고, 내년에 예정된 베이징올림픽 역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근 징계 조치에 따라 북측의 불참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북한은 영변 등의 핵시설을 재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다시 원점입니다.



한반도 시계가 멈춰있던 지난 3년 간, 북한에 대한 국민 의식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2018년 8월과 2021년 8월, KBS의 국민통일의식 조사 결과표를 비교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호감도가 20.6%에서 5.3%로 뚝 떨어졌고, 반감은 35.4%에서 71.4%로 두 배나 늘었습니다.

■ 북, '자력갱생 고립주의'

현재 북한의 대외 정책을 정리해 보자면 '자력갱생·고립주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배경에는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과 코로나19가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협상 전략에서 무력 강화를 통한 억지 전략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월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고, 구체적으로 개발할 무기 목록도 나열했습니다.

▲핵무기의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 사정권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 개발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영 ▲무인정찰기 개발 등입니다. 앞으로 북한의 무력도발의 종류를 예상할 수 있는 목록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1년 8개월째 국경을 닫아 걸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속에서 그나마 북중 접경지역을 통해 오가던 물자 흐름마저 뚝 끊겨, '자력갱생'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셈입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기술 개발, 자원 재활용, 농업 생산성 증대 등을 강조하며 연일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 "인도적 지원 매개로 대화 물꼬 틀 것"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자리로 나오게 하기 위해, 한미 당국은 북측에 '인도적 지원'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의 참석차 일본 도쿄를 방문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는 최근 일련의 협의를 통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북측은 묵묵부답입니다.

■ 정부 "남북 간 합의 이행 위해 중단없이 노력할 계획"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9·19 선언 3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평양공동선언 이행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도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없이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북측의 호응 없이는 공염불일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19 선언 3주년과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에서 밝힐 대북 메시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멈춰선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됩니다.

윤진 기자 (j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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