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에 도전하는 MZ, 대선판 흔든다

김명환,정희영,최현재,김제관,박제완 2021. 9. 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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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세력화 하는 MZ세대 "불공정 이어 기회마저 빼앗겨"
50대도 "집값 올라 힘들어"..세대갈등이 대선 승패 변수

◆ 기득권 586과 갈등 빚는 MZ / 586 텃세에 헛도는 정치 세대교체 ◆

"우리(MZ세대)가 사는 시대는 당신들(586세대) 시대와 다르다. 많은 것을 가진 당신들이 가진 것을 기반으로 번지르르한 말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당신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달라."(30대 회사원 A씨)

"갈등이 있다. 기득권을 얻은 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채 자신들 이익만 지키려는 동년배들이 보인다."(50대 자영업자 B씨)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반년 남짓 앞둔 대한민국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1990년대 지역주의, 2000년대 이념에 매여 있던 한국은 지금 세대로 나뉜 사회적 인식 차에 휘청이고 있다. 기존 체제의 도전자였던 586세대(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가 사회 주류가 된 뒤 기득권을 움켜쥐고선 좀처럼 사회 중심의 자리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사회 참여 기회는 과거 세대에 비해 현격히 줄어든 상태다.

17일 매일경제는 586·MZ세대에 속하는 시민들에게 그들이 느끼는 세대 간 갈등을 긴급 인터뷰를 통해 물었다. 이들은 갈등의 골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으며 일자리 문제, 부동산 양극화가 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내년에 뽑힐 차기 대통령은 이 두 가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 586세대가 주축인 정권의 심판론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한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추석 연휴 직후인 24일 모교 고려대를 방문해 MZ세대의 목소리를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50대인 C씨는 "일자리와 부동산은 서민들이 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대표적인 영역"이라며 "돈을 벌어야 집을 살 텐데, 일자리는 없고 집값은 너무 올라 '그림의 떡'이 돼 버렸다. 이를 바로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정과 기회라는 가치가 최근 몇 년 들어 무너졌다는 의견도 많았다. 공무원인 30대 D씨는 "이번 정부가 강조했던 가치인 공정·자유·기회가 더 퇴보한 세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586세대가 과거 사회에서 매달렸던 가치에 매몰돼 바뀐 세상에 맞지 않는 정책을 써서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실업률이 이처럼 심각했던 적이 없었다. 일자리를 둘러싼 MZ세대의 좌절감은 자산 가치 불평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김명환 기자 / 정희영 기자 / 최현재 기자]

운동권 출신이 점령한 국회…'제2 이준석' 설 곳 없다

세대교체 화두됐지만 변화는 요원
586 민주당 110명, 국민의힘 51명
與 대표·최고위원 주요당직 차지
黨 비판한 2030초선에 '5敵' 낙인

유럽 30대 국가지도자 약진하는데
한국선 청년정치인 육성체계 전무
정계 입문해도 586 카르텔에 막혀

"86세대는 상식의 세대가 아니라 이념의 세대가 됐다." 야권 1980년대생 정치인에게 86세대의 정의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정치권에서는 세대교체론, 특히 86세대 용퇴론이 화두가 됐다. 86세대는 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을 일컫는 말로, 주로 1980년대 전두환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세대를 가리킨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중 64%, 국민의힘은 49.5%가 이 세대에 포함된다.

정치권은 "86세대가 이제는 기득권 세대가 된 것만은 자명하다"면서 "꼭 운동권이어서가 아니라 세대교체론에 따라 이제는 변화하거나 용퇴할 필요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경제가 17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중 1960~1969년 출생한 민주당 현역 의원은 110명으로 국민의힘 소속 51명의 두 배 이상이다. 비율도 민주당 86세대는 민주당 전체 의원 중 64%로 국민의힘(49.5%)의 경우보다 15%포인트가량 높다.

민주당 내 86세대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져왔다. 19대 국회 당시 민주당 의원 중 53명이던 86세대는 20대 국회에서는 75명, 21대에서는 110명으로 늘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19대 45명, 20대 49명, 21대 51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원 전체 중 86세대 비율은 19대 107명, 20대 147명, 21대 175명으로 늘어왔다.

당 지도부 구성에서도 민주당은 86세대 비율이 국민의힘보다 높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모두 1963년생이다. 최고위원 중에서도 백혜련·김영배·김주영 의원이 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는 36세, 김기현 원내대표는 1959년생으로 86세대와는 거리가 멀다. 김재원·정미경 최고위원이 각각 1964년생, 1965년생이다. 선수별 86세대 분포 역시 민주당이 앞선다. '중진'으로 불리는 3선 이상 현역 의원 중 민주당은 25명, 국민의힘은 15명이 86세대다.

민주당 내에서는 86세대 구성 비율이 높아져온 데다 주요 당직을 86그룹이 맡으면서 정치적 자원을 독점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당 관계자는 "운동권에 대한 인식을 떠나 이준석 옆에 86그룹 지도부가 서 있으면 그 자체로 꼰대 정당 이미지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당내에서도 세대교체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개혁은 더디다. 장철민(38)·장경태(38)·전용기(30)·이소영(36)·오영환(33) 의원 등 이른바 '초선 5인방'이 4·7 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짚었다가 '초선5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에 맞는 정책 수정이 중요한데, 굉장히 둔감한 면이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86세대는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다. 한 86세대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내 1980년대생들은 이념적으로는 보수부터 중도, 진보까지 다양하게 포진했다"고 전했다. 1970년대생 다른 의원도 "국민의힘의 경우 86세대로 묶기는 어색하다"면서 "그냥 50대의 세대적 특성이 전부"라고 했다.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입문해 정치 경력이 대부분인 민주당 86세대와 달리 이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정치에 발을 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 범청학련 활동을 한 하태경 의원 정도가 운동권 출신이다. 민주당과 달리 50대 초선 의원들이 당내 개혁 세력의 대표 격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 역시 특징이다.

이미 유럽·북미에서는 30·40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 나라를 이끌고 있다. 기성 정치에 회의를 느낀 국민이 젊은 정치인들에게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수반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5)는 2017년 처음 취임할 당시 31세에 불과했다. 쿠르츠 총리는 2019년 5월 사임했다가 작년 1월 재집권에 성공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는 2019년 12월 취임 당시 34세로 역대 최연소 여성 정부 수반 기록을 차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도 2017년 취임 당시 39세였다. 현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샤를 미셸 전 벨기에 총리(46)도 2014년 당시 39세에 총리에 당선됐다. 27개 회원국 최고지도자 중 30·40대 비율은 37%(10명)에 달한다.

유럽과 북미의 젊은 지도자들은 불평등, 성소수자 문제, 환경 문제 등 기존 낡은 정치 문법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부각됐다.

유럽·북미 정당들이 정치 사관학교 역할을 하며 준비된 정치인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도 30·40대 젊은 리더 배출에 한몫했다. 유럽에서 정치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은 10대 때부터 입당해 다양한 정치·행정 경험을 쌓은 뒤 중앙 정치 무대 등판을 노릴 수 있다. 쿠르츠 총리는 17세에 집권 국민당에 입당해 27세에 EU 최연소 외교장관이 됐다.

[김제관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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