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아픔에는 국경이 없다.. 비행기에 선뜻 몸 실은 의료진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021. 9. 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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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시끌벅적합니다. 다행히 의료체계가 잘 잡혀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긴급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는 다릅니다. 한 예로 다른 질환이지만 코로나19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은 아이의 사연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아이를 치료하고 싶지만 의료인프라 부실 등 여러 이유로 아이의 죽음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가 나섰습니다. 최근 한국국제협력단(KOICA)는 우즈베키스탄에 우리나라 최신 의료기술을 전달하는 등 코로나19에 겁을 먹지 않고 ‘생명은 평등하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한국을 넘어 세계로 가는 의료기술’을 알아보는 기획기사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이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선천성 심장질환’이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들은 대부분 자발순환이 어렵다. 따라서 태어나자마자 몸에 여러 관을 삽입하고 다양한 약제를 사용한다. 또 너무 작기 때문에 중심정맥관 삽입이 어려워 피멍이 생기기 일쑤다.

이런 까닭에 선천성 심장질환을 둔 부모는 고개 숙인 죄인이 된다. 특히 엄마는 심한 죄책감을 갖는다. 이때 누군가 내민 희망의 손길은 숙여 있던 그들의 고개를 치켜세워준다. 아이가 남들처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랴.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하 코이카)과 국내 의료진들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의료봉사를 위해 바쁜 몸을 이끌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근에는 금전적으로 어려운 선천성심장환아의 치료를 위해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을 설립,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아이 아픔 외면하지 않는 국내 의료진

“태어나자마자 팔로네징후라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진단 받았습니다. 이미 이전에 한 번 수술을 받았지만 나머지 수술은 국내에서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로 갈 경제적 여력이 되질 않아 매우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의 수혜를 받은 한 보호자가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훔쳤다. 선천성 심장질환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심장의 기형 및 기능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질환으로 신생아 100명당 4~5명 정도 발생하며 100명당 1명 정도에서는 선천성 심장기형이 발견된다. 이때 심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환아는 출생 1주 만에 사망할 수 있으며 유아 시기에 심장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문제는 소아심장수술은 고난도로 전 세계적으로 집도할 수 있는 의사가 몇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의료진들이 한국의 의료기술과 노하우를 현지 의료진에게 전수하고자 성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대병원 하일수 명예교수와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 소아외과 김현영 교수,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코이카 ‘우즈베키스탄 아동병원 의료인력 역량강화사업’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 내 국립아동병원(National Children Medical Center)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어린이들의 수술을 진행하고 현지 의료진의 역량강화 교육도 펼쳤다.

6월 23일 서울대병원 소아외과 김현영 교수를 비롯한 4명의 의료진이 1차로 파견돼 복강경, CPR, 간호시뮬레이션 교육, 소아외과 수술실습 등이 진행됐다. 이후 7월에는 2차로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를 비롯해 소아흉부외과, 소아심장, 소아마취, 중환자, 소아신장 등의 의료진이 저소득 중증아동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이때 수술과 시술은 한국 의료진과 현지 의료진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서울대병원 하일수 명예교수는 “이번 연수는 현지병원에서 이뤄진 만큼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이번 현지연수가 우즈베키스탄 아동병원의 임상역량 향상에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역량강화사업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가겠다”라고 설명했다.

■코이카, 지속가능한 의료서비스 위해 원조 지속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 설립에는 코이카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은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자금을 활용해 지난해 10월 개원했다.

물론 우즈베키스탄에는 대형 아동병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의료진의 역량과 의료장비 부족으로 심장수술처럼 선진 의료기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아동환자 20% 이내만이 치료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코이카를 비롯해 한국의 개별협력 기관들이 우즈베키스탄 정보와 협력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700만불을 투입, ‘우즈베키스탄 아동병원 의료인력 역량강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때 유상원조를 담당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병원 건축, 기자재공급 및 인력 교육을 담당했으며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은 병원 운영 컨설팅을 맡았다. 또 코이카는 우즈베키스탄 아동병원 의료인력 강화사업을 담당해 ▲최첨단 의료시뮬레이션 장비를 갖춘 교육훈련센터 구축 ▲소아임상 역량 강화 마스터플랜 수립 ▲의료진 한국초청 연수 ▲소아과 세부 전문의 등 전문가 현지 파견 교육 등을 추진 중이다.

코이카는 해외의료봉사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인재양성사업, 시민사회협력사업, 국제기구협력사업, 국제질병퇴치기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도상국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코이카는 이번 국립아동병원 설립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원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아직까지 많은 소아환자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 우즈베키스탄 소아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소아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결정이다.

코이카 지역사업 본부(아시아·유럽) 임정희 이사는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사업은 코이카를 비롯해 국내 개발 협력 기관이 ‘팀 코리아’로 참여하는 무·유상 연계사업인 만큼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노력하면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전 세계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라고 소감을 표했다.

헬스경향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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