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언론법'..송영길 "고의중과실 삭제" vs 野 "눈속임"

유새슬 기자 2021. 9. 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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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난달 이미 포기했다..팔린 물건 다시 팔면 사기"
국제사회·민변·與 내부서도 해당조항 '반대'.."등떠밀려 삭제하면서 생색"
언론중재법 여야 8인 협의체 상견례 겸 1차 회의2021.9.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 국면이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5차례의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이렇다할 접점 없이 평행선만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양당 대표는 '톱다운' 방식 합의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에 TV 생방송 토론에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삭제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하루만에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성 없는 눈속임 여론전"을 한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17일 국민의힘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삭제가 민주당이 이미 지난달 비공개로 제안했왔던 내용이라는 점을 들어 "같은 내용을 마치 통큰 결단이라도 한듯 공개적으로 재차 언급한 것은 눈속임 여론전"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1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삭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 등 특정한 경우에는 언론이 고의 혹은 중과실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다.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전가한 것으로, 국민의힘은 이를 징벌적손해배상·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조항과 함께 '3대 독소조항'으로 규정했다.

민주당에서 공개적으로 이 같은 약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송 대표의 약속에 "그럼 합의가 된 것"이라며 "송 대표가 해당 조항을 덜어낸다고 하니 저도 당에 가서 그렇게 말하겠다"며 반겼다.

그러나 하루 뒤 국민의힘에서는 송 대표를 향한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 결정됐던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왼쪽),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2021.9.16/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국회의장실에서 4차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때 오간 중재안에는 민주당이 고의 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안도 포함돼있었지만 국민의힘은 '다른 독소조항도 모두 지워야한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이미 민주당이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한번 판 물건을 다시 파나. 팔았으면 그만이다. 그것을 다시 팔면 사기다"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송 대표 발언의 진정성도 문제삼았다.

해당 조항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당 내부에서도 언론의 자유 위축 우려에 삭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16일) 언론중재법 논의를 위해 여야가 구성한 '8인 협의체'에서는 민주당이 초청한 전문가 2명 모두 이 조항의 삭제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를 제외한 모두가 반대하는 조항"이라며 "온 세상이 반대하니까 (민주당도)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철회해놓고는 '우리가 삭제해줄게'라고 생색내듯 말한 것"이라고 송 대표를 직격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나온) 내용을 마치 통큰 결단이라도 한 듯이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또한번 그렇게 언급한 것은 아주 나쁜 눈속임 여론전"이라며 "8인 협의체에서도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말고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겠다는 선언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달 동안 (협의체에서) 논의하는 척만 하다가 똑같은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면, 국제사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방문을 앞두고 '시간 벌기'했을 뿐이라는 빈축을 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미를 앞둔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 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다.

협의체는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8차 회의를 가진 뒤 그동안 논의된 사항을 각 당 지도부에 보고할 방침이다.

yoo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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