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못믿겠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서 '전국연대' 움직임 활발

최온정 기자 2021. 9. 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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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지 곳곳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이 늘면서 급기야는 전국 연합이 결성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폭등했지만,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정부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과 공공 재개발에서 시작된 ‘전국연대’ 움직임은 현재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지로도 확대되고 있다.

◇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주민들 “정부정책 문제 많아”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재건축연대)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설립 총회를 열고 연대 출범을 공식화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본격 시행을 앞두고 54개 재건축 조합이 모여 제도 폐지 혹은 유예를 주장하는 것이다.

사진은 29일 서울 송파구 미성아파트, 진주아파트 재건축 부지의 모습. 2021.8.29/연합뉴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이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빼고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 부담금을 내야하는 곳은 총 163개 조합으로, 8만1800가구에 이른다.

재건축연대는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재초환을 시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신규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면서도 조합원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부과해 사업 진행을 어렵게 만들어놨다”면서 “향후 연대에 가입하는 조합 수를 늘려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주도하는 재개발 사업도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2·4대책의 핵심사업인 도심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 연대 ‘3080공공주도반대연합회(공반연)’가 대표적인 사례다. 7월 출범 당시 서울과 인천, 대구를 중심으로 10곳의 후보지만 연대에 참여했으나, 최근에는 1~6차 후보지 56곳 중 절반 이상인 30곳이 참여하는 등 규모가 커졌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직접 시행자로 나서 신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사업이다. ▲토지소유자 스스로 사업을 추진할 때 보다 10~30%포인트(p) 높은 수익률 보장 ▲민간 건설사 참여 허용으로 단지 고급화 등 장점이 있지만, 이미 민간 재개발이 추진되던 곳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공반연의 한 관계자는 “명확한 법과 기준이 없이 사업이 추진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했다”면서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곳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도시재생·리모델링 사업지역도 ‘연대열풍’

재개발·재건축 이외의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주민들을 중심으로 연대 열풍이 불었다. 민간 재개발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대표적이다. 2014년 도입된 이 사업은 주차장과 공동 이용시설 등 생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골목길과 같은 기반시설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과 달리 도로를 확충하지 않아 주거환경 개선효과가 적고, 벽화·지원센터 건립 사업 위주로 진행돼 주택의 노후도를 개선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인천시청 앞에서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공반연) 인천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9.07/공반연 제공

도시재생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올해 4월 ‘도시재생 폐지연대’를 결성했다. 결성 초기 서울시내 사업지를 중심으로 13곳이 모였지만, 현재는 성남시 후보지 2곳까지 포함해 총 20곳으로 늘었다. 강대선 도시재생 폐지연대 대표(창신동 공공재개발준비위원장)는 “정부가 사업의 수익성도 고려하지 않고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오히려 슬럼화된 지역이 많다”면서 “이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언급했다. 현재 후보지 중 11곳에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기획 민간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리모델링 사업지역에서도 연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적률 및 안전진단 완화 등 현재 리모델링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법적 기반이 부족한 리모델링 사업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 10월 용인지역 리모델링 조합이 결성한 ‘용인시 리모델링 연대’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 지역에서도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의 의견을 잘 수렴하지 않고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 같은 사태가 불거졌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보니 주민들도 단체를 만들어 힘대 힘 대결에 나서려는 것”이라면서 “정부 실책의 결과”라고 언급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단행동이 느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4대책의 경우 정부가 사업 과정에 투기가 적발되면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반대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고, 불신이 커졌을 것이다. 공공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을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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