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료 부족, 심해 5000m 해저 채굴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와이에서 남동쪽으로 2000km 떨어진 태평양 심해 5000m 깊이의 ‘클라리온-클리퍼톤 단열대(CCZ)’. 대형 청소기 머리처럼 생긴 로봇이 바닥을 훑고 지나간다. 해저에 깔린 자갈을 빨아들인 로봇은 망간단괴를 채굴한다.
캐나다 심해채굴업체 메탈스컴퍼니가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한 이 로봇은 CCZ 심해 해저에서 망간단괴를 채굴하기 위한 게 목적이다. 망간단괴는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초소재로 쓰이는 니켈과 코발트, 구리 등을 다량 함유한 광물이다.
휴대용 기기를 비롯해 전기차 대중화로 2차전지 소재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메탈스컴퍼니 같은 해저채굴 회사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메탈스컴퍼니는 2024년 해저 5000m 깊이 평원에 흩어져 있는 망간단괴를 채굴해 첨단산업에 필요한 금속 재료를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최초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저채굴이 본격화할 경우 해저 환경과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환경단체의 반대도 거세 해저채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해저면에 표출된 망간단괴 '줍기만 하면 된다'
해저채굴을 통한 망간단괴 확보는 전세계적인 배터리 소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저채굴은 땅을 파고 드릴로 바위를 깨는 지상 채굴 방식과 다르다. 특히 망간단괴는 해저 표면에 드러나 있어 흙을 털어내고 줍기만 하면 된다. 크레이그 세스키 메탈스컴퍼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치 골프연습장에서 골프공을 줍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메탈즈컴퍼니는 태평양 섬나라인 나우루, 통가, 키리바시와 계약해 약 15만 ㎢ 규모의 광물 탐사권을 확보했다. 이 지역에만 전기차 2억8000만 대에 탑재될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자원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1994년 탐사를 통해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이 지역의 채굴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박상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양자원연구센터장은 “이 지역에는 주먹만한 망간단괴가 엄청나게 넓은 평원에 가득 깔려있다”며 “과일 줍듯이 담으면 된다”고 말했다.
● "인간 손길이 닿지 않은 곳 개발로 환경 문제 초래할 것"
기술 매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스펙트럼’은 13일(현지시간) “해저채굴을 통해 배터리 소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환경단체들은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을 개발하면 어떤 환경 피해가 발생할지 평가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심해는 열대우림 대비 생명체수가 15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생물이 많아 생물 다양성은 오히려 풍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굴 과정에서 빨아들인 퇴적물을 단괴와 분리해 다시 해양에 방류하면 해양 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망간단괴 자체도 미생물의 서식지다.
CCZ 7개 구역을 탐사한 크레이그 스미스 미국 마노아 하와이대 해양학 교수는 “수만 킬로미터에 걸쳐 생태적 피해를 입히지 않고 상업적으로 망간단괴를 채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SDI를 비롯해 구글, BMW, 볼보 등은 지난 3월 심해저 광물 채굴의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자원 이용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해저 채굴 기업들은 환경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지상 채굴이 산림 벌채와 굴착, 시추 등의 방식을 활용하는 지상 채굴과 비교하면 환경 파괴가 적다는 것이다. 니켈의 경우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주로 생산된다. 개발 과정에서 삼림 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메탈스컴퍼니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청정 생산 저널'에 해저 채굴이 지상 채굴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ISA는 조만간 해저 채굴에 대한 규약을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메탈스컴퍼니는 드론과 해저 센서를 활용해 단괴 채취를 실시간 관찰해 얻은 데이터를 ISA 등 규제지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세스키 CFO는 “생물체에 예상치 못한 영향이 발생하면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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