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맛보는 지방 맛집 [주바리의 까칠한 味수다]

글·사진 주현수 기자 입력 2021. 9. 17. 11:45 수정 2021. 9.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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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대보명가의 제천약초쟁반


부모님, 가족, 친지들과 ‘거리두는 명절’은 이번 추석이 마지막이 되길 보름달에 고이고이 빌어봅니다. 고향의 보고 싶은 얼굴만큼 엄마 손맛의 맛있는 음식들도 그리워지는 때인 것 같아요. 이번 추석 명절에도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귀향을 포기하신 분들을 위해 지방에서 깊은 내공으로 유명세를 떨치다 서울로 ‘역진출’한 맛집을 소개해드릴게요. ‘서울에서 맛보는 지방 맛집’으로 쓸쓸한 맘과 허전한 입맛을 조금이나마 달래보실래요?

■ 충북 제천-대보명가

‘크게 보하고 밝힌다’는 뜻을 지닌 ‘대보명가’는 충북 제천에서 이름난 약초음식 전문점이에요. 약과 음식은 근본이 같다는 ‘약식동원’을 기본 마인드로 삼고 있는 대보명가의 서울본점은 강북구 수유동에 있어요. 북한산을 병풍 삼아 자리잡은 매장 덕에 보는 눈부터 시원해지는 효과를 누리며 입장할 수 있죠.

이 집에선 12첩 반찬이 화려하게 깔리는 ‘제천약초밥상’도 좋지만 이곳을 방문한 찐 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전국한방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제천약초쟁반’을 드시길 강추. 제천약초쟁반은 황기, 오가피 등 16가지 약초를 달인 국물에 산야초와 능이·송이·표고 버섯, 질 좋은 죽순, 뽕잎, 연자육·구기자·은행 등 견과류를 크고 납작한 쟁반에 예쁘게 돌려담아 끓이다가 한우 수육을 뜨거운 국물에 샤브샤브처럼 살짝 담궜다 다양한 야채와 함께 즐기는 건강요리. 면역력을 올릴 수 있는 재료들로 눈도 즐겁고 입맛도 살리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삼조 메뉴라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더욱 좋을 듯해요.

약초밥상이라는 메뉴만 듣고 손사래 치는 어린이들을 꼬시기(?) 위해선 과하지 않게 단짠단짠한 것이 매력인 ‘제천약초떡갈비’를 주문해주면 돼요. 제천의 청정지역에서 약초를 먹고 자란 1등급 이상의 암소한우를 식감을 잘 살려 다진 후 약초물로 숙성시켜 구워낸 메뉴라 맛도 건강도 다 챙길 수 있죠. 주차장도 널찍해 온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

■ 강원 원주-산정집

말이고기라는 독특한 메뉴로 50여 년 넘게 이어온 원주 맛집 ‘박순례손말이고기산정집’은 얇게 저민 한우고기에 쪽파와 깻잎 넣고 돌돌 말아 무쇠뚜껑에 올려 구운 후 특제소스를 찍어먹는 별미 중에 별미.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개그맨 이수근이 딸기게임을 하며 외쳤던 ‘16비트 손말이고기’ 때문에 안 그래도 유명한 맛집인데 광화문점까지 예약 없이는 맛보기 힘들어졌던 적도 있죠. 손고기말이를 주문하면 1인당 15개씩 나오는데 먹다보면 양이 푸짐해 배가 부르니 각자 몇 개씩 먹는지 카운팅 안해도 OK. 무쇠 불판 위에 굴려가며 노릇노릇하게 구운 손말이고기를 특제 겨자소스에 콕 찍어 입 안에 쏙 넣으면, 사르르 녹는 고기 뒤로 향긋한 쪽파의 향과 끝까지 꼭꼭 씹으면 올라오는 깻잎 향까지…음~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맛이네요.

광화문 산정집 손말이고기


고기를 다 먹은 후엔 ‘후식시래기된장찌개’를 끓여먹는데 밥까지 함께 넣고 된장죽으로 즐기면 그 맛 또한 일품이라 고기말이보다 된장 먹으러 온다는 이까지 있을 정도. ‘광화문 산정집’은 최근 코시국에는 예약을 받지않고 점심 영업만 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 경남 진주-하연옥

진주식 냉면전문점으로 현지서 유명한 ‘하연옥’은 그 지역으로 여행 갔을 때 메모해두고 일부러 찾아갔던 맛집.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평양냉면 육수와 달리 멸치, 바지락, 건홍합, 마른 명태, 표고버섯 등으로 국물을 내기 때문에 시원한 맛이 개성이죠. 거기에 고명으로 육전, 계란지단, 고기, 오이 등이 푸짐하게 올려져 있어 마치 진주비빔밥을 연상시키는 비주얼이 눈에 띄어요. 진주냉면은 조선시대 권번가에서 양반들이 야참으로 즐겨먹었던 음식인데, 식재료가 풍성했던 지역특성 때문에 이렇게 화려한 냉면이 탄생됐음을 짐작할 수 있죠. 서울에는 서교동에 있는 마포점과 최근 오픈한 잠실점이 있는데 가까운 곳으로 방문해봤더랬습니다.

하연옥 마포점 진주냉면


첫 맛을 보면 육수에서부터 풍부한 맛이 느껴지는데, 심심한 평양냉면을 기대하고 드시면 고개를 갸우뚱 하실 수도. 한국의 냉면은 북쪽엔 평양냉면, 남쪽엔 진주냉면이라는 얘기가 있듯이 서로 개성이 다르다는 점 알아주시고요. 제가 평가해보자면 진주에서 경험한 하연옥이 좀 더 맛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춘 까닭인지 전체적으로 간이 살짝 세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싱겁게 드시지 않는 분이라면 충분히 맛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냉면과 함께 하연옥의 시그니처 격인 요리는 바로 육전인데, 얇게 썬 우둔살에 계란물을 입히고 채썬 파를 송송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안주요리. 특히 이 집의 특징은 육개장을 함께 내어준다는 점인데 살짝 느끼할 수 있는 육전과 곁들여 먹으면 환상의 궁합이더라고요.

참, 마포점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으니 ‘선주후면’을 즐기실 요량이면 잠실점으로 가시든지 아니면 진주행을 택하셔야 한다는 점 알아두세요ㅋㅋ.

■ 부산 해운대구-금수복국

부산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들은 차고 넘치지만 그중에서도 복국은 주바리가 애정하는 메뉴 중 하나인데요. 해운대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복국집인 ‘금수복국’은 전날 자갈치시장에서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하기에 딱 좋은 곳이죠. 부산의 몇 군데 분점 외에도 서울에도 진출한 지 이미 오래인데, 주바리는 압구정점으로 가보았습니다. 원래는 24시간 영업을 하지만 코시국이라 불가능한 상황.

금수복국 압구정점 원기회복국


보통 복지리라고 부르는 시원한 복국 국물을 들이키면 식도부터 위장까지 싹~ 내 몸을 리셋해주는 느낌이에요. 참, 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거 아시나요? 은복, 밀복, 까치복, 참복 등이 있는데 육질도 살짝 다르고 가격차도 좀 있답니다. 좀더 기력 보충을 하고 싶다면 ‘원기회복국’을 시키시면 되는데 싱싱한 산낙지와 굵직한 활전복이 까치복과 함께 통째로 들어있어 먹기도 전에 없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듯해요. 밥도둑인 복불고기도 딱 먹기좋게 칼칼하고, 복어살과 껍질, 우니까지 다양한 부위로 만든 복튀김도 인기메뉴.

아…이날 복국을 먹으면서 딱 하나 후회되는 게 있었으니 어제 왜 과음하지 않았을까 하는 거였어요. 국물이 오백배는 더 시원하게 느껴졌을 텐데 말이죠ㅋㅋ. 하지만 음주를 하지 않았음에도 없던 숙취도 풀리는 듯한 복국의 매력에 푹 빠져보시길.

■ 제주도-은희네해장국

콩나물, 우거지, 소고기와 선지가 듬뿍 들어간 해장국과 내장탕으로 이미 관광객들에게도 꽤 알려진 제주 맛집 ‘은희네해장국’은 이미 여러 지역에 매장이 있으니 웬만한 동네에서는 쉽게 맛보실 수 있어요. 이 집의 메뉴는 해장국, 내장탕, 돔베고기, 양무침 등으로 단출한 편. 내용물도 푸짐하지만 국물이 MSG 맛 없이 깔끔해 ‘완국’ 해도 속이 부대끼지 않아 좋더라고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한 콩나물도 듬뿍 들어있어 제대로 해장메뉴. 돔베고기는 퍽퍽함 없이 부들부들했는데 섬의 정취가 느껴지는 해초인 꼬시래기를 곁들여 먹는 점이 향도 좋고 독특해서 좋았죠.

제주은희네해장국 내장탕


다만 프랜차이즈 특성 때문인지 매장마다 맛의 편차가 좀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제가 맛본 마포 용강점은 방문하셔도 실망 않으실 거예요. 벽면 한쪽에 제주 풍광이 나오는 대형 스크린 덕에 눈도 속도 시원한 한끼를 보장하고요, 수저와 젓가락도 뜨거운 물에 열탕 소독하듯이 준비돼 깔끔한 느낌.

그런데 산해진미를 다 먹고 나니 문득 드는 생각인데 주바리가 소개한 곳들이 현지인들은 인정 안하는, 저같은 관광객들만 아는 맛집이면 어쩌죠ㅋㅋ?

글·사진 주현수 기자 joo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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