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 까짓게'로 시작해 이룬 꿈" 좌절이 취미 박정민의 '기적'
지금까지와는 달랐다는 것, 거침없이 성장하는 이에게 새로운 깨달음과 믿음을 심어줬다는 것 만으로도 존재 가치의 이유가 충분하다. 관객들에게도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길, 진심을 다해 연기로 보여준 배우 박정민(35)이다.
모름지기 모든 것은 제목을 따라 간다고, 영화 '기적(이장훈 감독)'은 기적 같은 영화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함께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기적' 같은 순간을 추억하게 만든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홍보 차원을 넘어, 일찍부터 배우들이 나서서 자랑하고 애정 어린 한 마디를 더 보태기 위해 의식했던 작품. 그 중심에는 '기적'의 연결고리가 된 박정민이 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눈물이 터졌고, 30대 나이에 10대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 외 선택에 거리낄 것이 없었던 '기적'은 박정민에게 적재적소 순간 알맞게 찾아와 준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선보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비롯해 최근 작품에서 다소 강렬한 캐릭터로 도전적 이미지를 내비쳤던 박정민은 '기적'에서 모든 힘을 다 빼고 뚝심 있는 기둥이자 전달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꿈이 있지만 동시에 묻어둬야 했던 준경에게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는 박정민은 "나 역시 대외적으로는 어쩌면 배우라는 꿈을 이룬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면서도 "남들이 불러주긴 하지만,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을 온전히 흡수하기에는 내가 조금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여전히 솔직한 마음을 내비쳤다.
연기는 당연, 신인 때부터 머리 좋고 글 잘 쓰고 말 잘하기로 유명해 충무로의 주목도가 남달랐던 배우다. 10여 년의 시간동안 온 몸으로 부딪힌 박정민의 성장을 지켜보며 응원의 목소리가 컸던 이유도 분명하다. 물론 '이 정도면 잘했다'는 평에 '나에게 원한 기준치가 이 정도였나? 더 많은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라는 아쉬움도 들었다는 박정민이지만 여러 시선에 보답하듯, 박정민은 어엿한 주연배우로 잘 성장했다.
'기적'은 이러한 박정민에게 조금의 여유와, 과정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기회가 됐다. 스스로 "좌절이 취미, 결과주의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나만의 울타리 안에서 캐릭터에 빠져 들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믿었다는 박정민은 "'기적'이 내 생각을 많이 바꿔줬다. '굳이 우울해 하지 않아도 좋은 영화는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남는건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얻었다"며 미소지었다.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중 처음으로 각양각색 필터를 적용해 꽃 단 박정민, 선글라스 낀 박정민, 땡땡이 빨간 리본을 매단 박정민을 보여주며 같은 시간도 다르게 이끈 박정민이다. 이러한 박정민의 매력이 올곧이 담긴 '기적' 역시 관객들에게 똑같은 러닝타임 동안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상 인터뷰는 처음이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몸도 마음도 아주 파인(fine)한 상태다. 내 기억으로는 마지막 인터뷰가 '시동' 때였던 것 같다. 그땐 코로나 상황도 아니었어서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온라인으로 하니까…. 유튜브 방송하는 것 같고 좋다. 하하."
-'기적'에 대한 호평이 상당한데, 모니터링은 하고 있나.
"사실 이 영화를 찍을 때 후회없이, 재미있게 촬영을 해 '결과에 대한 것은 큰 신경을 쓰지 말자'고 혼자 다짐을 했었다.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시사회를 하고나니 많은 분들이 각자의 의견을 전해주실 것 아닌가. '보지 말아야지, 보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어제도 새벽까지 반응만 찾아보다 잠들어 버렸다."
-이전부터 '기적'에 대한 애정을 유독 크게 내비쳤다.
"아무래도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서로 아껴주다 보니 영화에 대한 마음도 저절로 커졌다. 또 모든 배우들이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시나리오였는데, 시나리오가 가진 힘이 크고 따뜻한 울림의 요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배우들과 호흡이 그렇게 좋았나.
"두 말하면…. 오히려 괜히 인터뷰라서 하는 말처럼 들릴까봐 조심스럽다. 지난해 여름 촬영했던 현장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좀 이상하다. 사실 난 내가 나온 영화를 처음 볼 땐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는 못하는데, 이 영화는 같이 만들었던 기억이 덧붙여져서인지는 몰라도 조금 더 좋더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소풍을 다녀 온 느낌이다."
-많이 행복해 보인다. 따뜻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웃음) 영화 찍으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이 웃었고, 모두를 좋아했는지 나도 신기하다. 무엇보다 감독님에게 완전 빠져서 '이장훈 홀릭'이 됐다. 감독님을 너무 좋아하게 됐고, 감독님의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점이 눈에 보였다.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을건 않는 분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도 만족스러운가.
"음….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관람한 상황이 조금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이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시사회 전에 먼저, 그리고 따로 영화를 봐야 했다. 배우들, 스태프들이 다 같이 모여 관람하지 못했다. 작은 관에서 회사 식구 몇 명과만 봤는데, 어쨌든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면 볼 수록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근데 사람이 적다보니 아주 조금 아쉽더라. '혼자 보는데도 이렇게 좋은 영화가 같이 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나는 내 영화를 원체 잘 안 보는데다가 스태프 시사로는 거의 안 본다. 같이 보는게 무서워서.(웃음) 이번엔 '같이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같이 봤다면 같이 호흡하면서 영화의 또 다른 면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준격은 '기적'의 끝과 시작이다. 관객 분들도 '준경이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면서 영화를 관람하실 것 같은데, 그래서 '준경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이 영화 전체 리듬을 연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장면에서는 감정적, 연기적으로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뒤에서 더 센 것을 원하실 수 있을텐데?'라는 전체적이 분석을 하게 됐다. 준경이의 성장 과정 자체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구조의 표현이기도 했다. 후반부에 이 아이의 응어리가, 구겨져있던 조그마한 응어리가 어느 순간 뻥하고 터져 '보는 사람들도 개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 마음을 담아 연기하고 싶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파격적인 트랜스젠더를 선보인 후 이번엔 굉장히 순박한 역할을 맡았다. 변화의 폭이 크다.
"이게 내 무의식 어딘가에서는 원하고 있었을 수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일부러 고르는 것은 아니다.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건데…. 이번엔 감독님께서 표현하신 그 단어가 적절한 것 같다. 흰 쌀밥같은 역할? '내가 막 드러나지 않아도 관객으로 하여금 심리를 따라가게 만들고, 함께 하는 동료들의 연기에 내가 다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런 자극적이지 않는 연기를 한번 해봐도 재미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이기는 했다. 그때 '기적'을 만났다."
-너무 다른 캐릭터 변화가 버겁지는 않았나.
"최근 독특한 역할을 주로 맡다 보니까 '기적' 촬영 초반에는 너무 뭘 안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허전했다. 감독님은 좋다고 하시는데 나는 불만족스럽고의 반복이었다. 초반 몇 회 차가 다 그랬다. '나 어떡하냐'고 따져볼까 싶기도 했다. 하하. 그러다 감독님과 정말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흡사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의'를 듣는 것처럼 2시간동안 명강의를 해주셨고, 내 마음은 너무나도 많이 편해졌다. 내가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내 어떤 모습을 보고 싶어서 캐스팅 하셨는지를 명확하게 말씀해 주셨다."
"하….(웃음) 처음에 '이 영화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가 나이였다. 촬영 당시 내 나이가 서른네살이었는데 극중 준경은 열일곱살부터 시작된다. '등장인물의 두 배를 더 산 배우가 이 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있다 치자. 관객 분들이 용서해 주실까?' 그런 고민이 컸다. 그래서 감독님께 '정말 너무 좋은데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려 찾아갔다."
-마음이 동한 궁극적 이유는 무엇이었나.
"첫 미팅에서부터 별의 별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30대로 시작해 플래시백으로 가보는 것은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다른 무엇보다 감독님과 여러 번 미팅을 하다 보니 감독님이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 '이 영화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찰나 마지막에 '정준경' 명찰을 단 펭수 인형과 우산 등 선물을 잔뜩 가져오셔서 거기에 마음이 녹았다. 그래서 하게 됐다. 하하. 연기할 땐 '나 스스로 10대라고 생각하고 연기해야지'라는 마음만 갖고 있었을 뿐 진짜 10대가 되기 위해, 10대 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없다.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봉화·영주 지역 사투리도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사투리 연기를 아예 안 해본 건 아닌데, 사투리가 중요한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사투리 자체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영화는 '기적'이 처음이다. 처음엔 부담이 컸다. 연습도 하고 선생님도 만났지만 '이거 안되겠는데?' 싶은 1차 벽에 부딪쳤다. '그냥 듣기 익숙한 대구나 부산 사투리로 우리 자신을 용서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나가볼까?' 그런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화의 실질적 배경이 되는 지역에 사는 분들이 굉장히 실망하시지 않겠나' 싶어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생하더라도 최대한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보자' 해서 매달렸다. 영주 문화원에 가 대본 검수도 받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대사를 따로 녹음 해주셔서 붙잡고 연습했다. 찾아보니 안동 문화원에서는 1년에 한번씩 사투리 경연대회를 하더라. 거기서 1등한 분도 찾아 뵀다. 대본을 싹 읽어 주셨고, 평소에도 연락고 지내면서 더 좋은 표현이 있는지 찾아 나갔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에 '터널'로 돼 있었던 부분은 검수 과정에서 '굴'로 다 바꿨다. '우리는 '터널'이라는 말을 안 쓴다'고 하시더라.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사계절이 모두 담겼다. 눈 내리는 신은 진짜 눈인가.
"촬영이 대부분 여름에 진행됐는데, 눈 내리는 신 하나가 남아 있었다. 밤을 꼴딱 새고 '너무 피곤한데? 한 신 남았다는 것이 절망적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생겨 대기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났다. 스태프들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 감독님께 '내가 진짜 눈 오는 날 찍을테니까 오늘은 그만하자'는 말을 해버렸다. 대뜸 '눈 오는 날 와서 찍겠습니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실제 눈 내리는 기간에 정선으로 다시 내려가 촬영을 진행했다. 감독님도 자연 풍광을 담고 싶으셨지만 여건상 컴퓨터 그래픽으로 하려고 하셨던 것 같다. 예쁘게 나와 다행이다."
-임윤아 배우와의 케미도 남달랐다.
"사실 윤아 씨는 내 마음의 어떤 스타였었고, 그래서 처음엔 '내가 어떻게 윤아 씨에게 다가가 어떻게 편하게 같이 연기를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했다. 근데 프리 단계에서 몇 번 만나고, 촬영장에서도 만나다 보니 윤아라는 사람 자체가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 '이 사람은 내가 하는 어떤 장난이나 그런 것들을 재미있게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겠다'는 마음에 몇 번 장난도 치면서 굉장히 가까워져 촬영장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불편함 없이 재미있게, 급속도로 빨리 친해졌다. 그래서인지 완성된 영화를 볼 때 '어? 더 재미있게 했던 장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없어진 장면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윤아랑 재미있게 촬영했던 부분이 이게 다였나?' 싶더라. 그만큼 현장에서 너무 즐거웠다."
-이수경과는 남매 호흡을 맞췄다.
"당당한 당돌함이 좋았다. 수경이는 겁이 없다. 겁이 없는 연기를 하니까 '내가 저걸 받아주지 않으면 수경이에게도 손해고 나에게도 손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주는 연습을 하다보니 굉장히 친해지고 말로 '이렇게 해보자' 하지 않아도 저 친구가 뭘 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계속 촬영을 했다."
"일단 선배님은 익히 들어서 다들 잘 아시겠지만 주변 사람들을 너무 잘 챙기는 분이다. 동료 배우들은 물론, 전 스태프들에게 다 마음을 쓰는 선배님이다. 현장에서도 뭔가 근엄한 모습으로 계신다기 보다는 먼저 어린 후배들과 농담도 많이 하려 하시고, 본인께서 직접 분위기 메이킹을 하는 선배님이셔서 너무 좋았다. 그런 모습들에 성민 선배님을 너무, 더 좋아하게 됐다. 선배님은 나와의 추억이 잘 기억나지 않으실테지만, 난 어렸을 때 극단 차이무에 스태프로 있으면서 성민 선배님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시절 느꼈던 감정들,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번에 촬영하며 조금씩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제가 이런 마음을 갖고 차이무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고~' 그런 말씀을 드렸을 때, 선배님은 진짜 식구를 대하듯 더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정말로 이 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때론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
"'울어야지' 마음 먹지 않아도 선배님과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실제 우리 아버지와 성민 선배님은 다른 사람이다. 성민 선배님이 극중 연기한 캐릭터와 우리 아버지가 굉장히 비슷하다. '밥 묵자' 신처럼 아버지와는 큰 대화가 없다. 그런 부분도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과 꼭 닮아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집중할 수 있었다."
-매 작품 캐릭터의 변주가 흥미롭다. 인간 박정민이 캐릭터가 되고 다시 빠져나오는 전환의 순간들이 궁금하다.
"나도 어떻게 연기했나 싶을 때가 많다. 잘은 모르겠다.(웃음) 다만 일상까지 인물을 끌고 오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가끔 생각날 때 한번씩 명확한 선을 넘는다. 참 신기한건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있으면 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나 또한 어느 순간 하고 있다. 감독님이 원하는 그 역할의 호흡에 익숙해지더라. 의도한건 아닌데 나도 가끔 놀라긴 한다."
-캐릭터 구축을 어떻게 하는 편인가. 현재의 만족도는.
"연기에 대한 만족은 하지 않는다. 캐릭터 구축 역시 매 작품마다 다르다.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또 어떤 감독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원하는 연기가 다 다르다. 짧은 경험이지만 그래도 경험이란 것을 하다 보니 유연함을 훈련하게 된다고 할까? 확실한건 내 고집을 부리려 하지 않는다.(웃음)"
-작품이 공개되는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지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하는데. 변화의 흐름에 몸 담고 있는 배우로서 어떤 마음인가.
"갑작스럽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치면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다. 요즘 든 생각인데 '이 시기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어가느냐에 따라서 내가 앞으로 또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 OTT와 영화, 드라마 모두 크게 다르지 는 않다고 생각한다. 뭔가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돼 합쳐질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잘 사용해 상생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우리 모두가 찾아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단편영화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를 통해 감독으로도 능력을 발휘했다. '반장선거' 연출을 맡았는데.
"모든 작업이 다 끝나서 제작사에 넘겼다.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작품 중 조금은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기대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양원역 앞에서 누나와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되게 많이 울었다. 준경이한테는 '양원역을 만드는 것'이 꿈인데, 그 속에는 '정말 좋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묻어두고 살아가는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지금도 약간 그런 것이 남아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젠 '정민이가 그래도 열심히 해서 이렇게까지 성장했구나'라는 말을 듣는 단계가 됐다. 처음에는 '네까짓게'로 시작했다가 하다보니 '그래도 멋지다' '이 정도면 잘했다'는 말을 듣는데, 나는 '이 정도면 잘했다'는 말이 그렇게 아팠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기준치가 이 정도까지였다는 것인가?' '나는 더 많은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 왜 그렇게 이야기 하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한 사람의 꿈에는 늘 장애물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한번에 잘하는 분들도 있지만, 꿈이라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는 너무 많은 장애물들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말이든, 상황이든. 모든 사람들의 지지가 그리 큰 힘이 되지 않는 순간이 있는 것 같은데, 누나의 위로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준경이를 보면서 준경이가 바로 그 순간에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박정민의 꿈은 무엇인가. 준경이처럼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꿈이 따로 있을까.
"난 어쩌면 꿈을 이룬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 꿈만큼 절실하게 꿔 본 꿈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배우'라고 불러 주니까, 어느 정도는 꿈을 이룬 사람일 것이다. 근데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아직 배우라는 타이틀을 온전히 흡수하기에는 내가 조금 거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꿈은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훌륭한 배우가 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몸을 담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몫을 작게나마 할 수 있을까' 고민도 가끔씩 하고 있다. 좌절하지 않고, 뭐 아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좌절하고 건강하게 앞으로 꾸준히 나가는 것이 꿈이다.(웃음)"
-좌절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배우가 되고 가장 좌절했을 때는 언제였나. 그런 면에서 '기적'은 좌절보다 희망을 더 많이 준 영화가 됐을 것 같은데.
"매 테이크 마다 내 연기에 좌절한다. 좌절이 취미다. 하하. 사실 '좌절을 해야 그 안에서 더 좋은 것이 나오고, 동굴을 파고 들어가야 더 좋은 것이 나온다'고 믿었는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정말 '기적'이 내 생각을 많이 바꾸게 만들어줬다. '내가 굳이 우울해 하지 않아도 좋은 영화는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기적'은 박정민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이 영화 역시 서로 다른 수만가지의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도 있고, 그 반대의 분들도 있을텐데 적어도 이 영화를 만들어갔던 배우들과 감독, 스태프들의 마음은 부끄럽지 않다. 난 굉장한 결과주의자라서 항상 예민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뭔가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구나. 남는건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 마음을 갖게 해준 고마운 영화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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