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정치 중립 시험대 선 김진욱

김충남 기자 2021. 9. 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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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지난 4월 중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직전 검사 13명이 임명된 것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문학도 출신으로 10년 이상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법 정신 구현에 매진해온 김 처장이 자신이 내세운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중립 의지를 실천하는 것만이 초대 공수처장으로서의 헌법적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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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사회부 차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지난 4월 중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직전 검사 13명이 임명된 것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면 13명이 있다.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들도 있지만 (예수의 제자인) 이들이 세상을 바꿨다. 우리도 13명이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당시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 조사를 위해 김 처장의 관용차 제네시스를 제공했다는 ‘황제 조사’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였다. 김 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신생 공수처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혔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 올 1월 21일 출범 이후 가장 큰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야당에 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고발한 지 4일 만에 전격 입건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당시 총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야당 유력 대선 후보를 수사하고 있다며 집중 공격하고 있다. 공수처는 “국민적인 의혹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무”라는 논리로 정면 돌파했다. 이제는 빠른 의혹 규명만이 해법이다. 여기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가 공모해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를 통해 허위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13일 박 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원장은 8월 11일 조 씨와 사적 만남을 가졌다며 이를 강력 부인했지만 뉴스버스 첫 보도(9월 2일) 전 조 씨를 다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조 씨가 박 원장을 만나기 직전인 8월 9일과 10일에 100개 이상의 고발장 사진 파일을 등을 모두 내려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 씨가 자신과 김웅 국민의힘 의원 간 텔레그램 대화방 속에 존재하는 파일을 모두 다운받은 행위는 박 원장과 만났을 때 전달할 자료를 출력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도 가능하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만 파헤칠 경우 정치적 오해와 역풍을 낳을 수 있는 국면이 형성된 것이다.

김 처장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누차 강조했다. 그는 출범식에서 “법 앞의 평등과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여당 편도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와 기소여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이 중시한 그 ‘국민’이 이제 제보 사주 의혹도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다. 위헌 논란 등 각종 난관 속에 첫발을 뗀 공수처가 출범 8개월 만에 가장 큰 중립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인문학도 출신으로 10년 이상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헌법 정신 구현에 매진해온 김 처장이 자신이 내세운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중립 의지를 실천하는 것만이 초대 공수처장으로서의 헌법적 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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