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함 함장, 피해 병사 가혹행위 얘기없이 관심병사로 보고

조영빈 2021. 9.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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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3함대 소속 강감찬함 함장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올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 일병을 '관심 병사'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일병은 앞서 3월 16일 선임병들의 폭언 및 폭행 피해를 당한 뒤 곧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함장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가해자 전출과 비밀 유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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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 극단 선택한 정모 일병 사건
피해자 보직만 변경, 가해자 전출 안 해
가·피해자 분리 없이 오히려 '화해' 주선
해군 3함대 소속 강감찬함이 해상에서 기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 3함대 소속 강감찬함 함장이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올해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모 일병을 ‘관심 병사’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전출 조치나 수사기관 신고 없이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해군본부 군사경찰대로부터 정 일병 사망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에 따르면 강감찬함 A함장은 피해자가 심리적 압박에 못 이겨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자 ‘병영 부조리’ 대신 ‘관심병사’ 발생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선임병들의 가혹행위 혐의는 보고 내용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정 일병은 앞서 3월 16일 선임병들의 폭언 및 폭행 피해를 당한 뒤 곧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함장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가해자 전출과 비밀 유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A함장은 어학병에서 조리병으로 정 일병의 보직을 변경했을 뿐, 가해자 전출 등 정 일병의 요구 사항은 들어주지 않았다.

피해자는 같은 달 26일 자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A함장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정 일병과 가해 선임병 3명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되레 ‘화해’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혹행위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토록 한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을 어긴 것은 물론 사실상 은폐를 시도하다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한 것이다.

정 일병은 4월 5일이 돼서야 국군대전병원과 민간병원의 위탁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A함장에게 손을 내민 것과 별도로 국방헬프콜을 통해 다섯 차례 상담을 받기도 했으나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부대장의 상황 인식도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해군 관계자는 “유족의 요청 등을 반영해 철저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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