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추석 하늘에 '희망' 그려 주오

김용택 기자 2021. 9. 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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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

요즘 정치 언어엔 적개심만

아프고 힘든 현실 치유 못해

수사적인 정의·평등이 아닌

삶에 희망주는 말 필요한 때

진보는 관용으로 현실 보고

보수는 넉넉히 세상 품어야

나는 아침마다 강을 건너갔다 온다. 강을 건너갔다 오는 도중에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한 편의 글로 쓴다.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은 짧은 글이다. 인터넷을 켜고 ‘다음’으로 들어간다. 먼저, 코로나19 변화에 대한 동향을 눈여겨보고, 정리해 놓은 나라 안팎의 새 소식을 접한다. 연예계 소식이나 예능 프로, 연속극의 압축된 장면들을 보고, 봐야 할 연속극은 다시 찾아 시간을 내서 처음부터 본다. 화제가 되는 연속극들은 놓치지 않고 보아 왔다.

스포츠 관련 소식을 검색해서, 그날의 축구 명장면들을 본다. 승부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는다. 특정 편 가담은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갖게 해 대결심리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은 골을 넣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멋진 스포츠 장면들은 빈틈없이 잘 짜인 한 편의 영화나 시를 보는 것처럼 환희와 감동을 준다. 세계에서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또 만들어졌는지, 영화계의 동정과 소식을 꼼꼼하게 검색해 보고, 예고편을 보면서 이 영화가 ‘될지 안 될지’를 판단하며 내가 보아야 할 영화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자동차도 검색한다. 어떤 디자인의 자동차가 새로 만들어졌는지를 본다. 자동차는 시대의 첨단이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신간들의 리뷰를 꼼꼼하게 살피고 살 책은 메모해 둔다.

이어서 ‘네이버’로 이동해 우리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 2개를 먼저 검색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어느 단체장이 무슨 일을 잘하고 있는지를 나는 알고 싶다. 중앙 일간지 9개 정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사설과 칼럼과 인터뷰 기사들을 찾아본다. 칼럼을 좋아해서 꼼꼼히 찾아 읽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정국, 6·25전쟁과 분단시대, ‘민주화와 산업화’ 시대를 이은 1987년 체제가 만들어 놓은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글들이 많아 식상하고 지루하다.

현실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지식인들의 말들도 기억해 둔다. 비아냥인지, 불평불만인지, 애정 어린 비판인지, 자기 과시적인 표현을 즐기는지, 누가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는 말을 하는지, 저러다가 사라지지 하면 사라진다. 우리 국민의 교양과 문화 수준이 그렇게 저급하지 않다. 나는 우리 사회와 정치에, 아니 모든 곳에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혈연·지연·학연과 당파·진영·패거리들이 사회 곳곳 모든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고, 카르텔을 형성해 가면서, 어떻게 드러나지 않은 세력화를 도모해 사익을 챙기는지 알고 있다.

보수는 넉넉하게 세상을 품고, 진보는 관용으로 새로워진 현실을 직시한다. 대선 경선에 나선 주자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인터뷰 기사와 연설문들을 찾아 읽는다. 정치인들의 언어 동원 능력과 어휘 사용 범위를 보고 있으면, 그의 인간됨 모든 것이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있다. 나라의 미래 설계가 없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빈곤은 국민을 정신적 가난에 시달리게 한다. 나는 늘 정치의 정면을 응시한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모든 지식인, 우리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언행을 하며 사는 ‘언론사용’ 지도층이 알아야 할 것은, 국민이 무엇을 모를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달이 어제보다 늦게 온 줄을 달이 아는데, 왜 우리가 모를까.

마을 사람들은 아무나 강을 건너오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리를 건널 때 물소리들은 아무에게나 길을 터주지 않는다. 정치는 가장 영향력이 강한 사회교육기관(?)이다. 우리 정치언어에는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적대적인 말들이 난무한다. 걱정스럽다. 어린이들이 따라 하지 않을지, 알게 모르게 사회적 해악을 배우지 않을지 두렵다. 우리들의 아픔과 힘든 현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말이 없는 허공을 우린 보고 있다. 정치는 나비가 나는 아름다운 모습과 같다. 여리고 착하고 선한 바람을 일으켜 세상의 균형을 잡아가며 나비는 날아간다. 정치여! 나비의 날개를 달아라. 국민을 쓸데없이 힘들게 하지 말라. 제발 치사하게 싸우지들 좀 말라.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를 따지는 사회는 미개사회다. 가난이 약속된 땅은 서러운 땅이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현실 앞에 놓여 있다. 이 그늘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을 우리는 안고 살아간다. 우리의 정치가 우리에게 당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고 새로운 비전을 세울 희망을 우리 앞에 펼쳐 놓을 때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든 노동의 수고만큼 경제적인 정당한 대우와 인격적인 존중과, 인간적인 휴식이 제도적으로 갖추어진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다. 우리의 모든 역량은 거기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다운 삶을 갖춘 공동체다. 정의는, 평화는, 자유는, 평등과 공정은 감동 없는 정치적인 수사나, 사적인 생활 철학관이나, 공허한 인문적인 지식으로 갖추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지켜주는 민주사회적인 제도가 갖추어져 있을 때만, 그것이 삶의 직접적인 현실이 된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몰라서 무얼 못 하는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교묘해졌을 뿐이다. 시대를 정리한 새로운 말로 추석 하늘에 보름달같이 환한 희망을 가득 채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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