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버린 CPTPP에 中 가입 신청..대중 포위망 흔들기(상보)

최서윤 기자 2021. 9.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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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재가입 검토 안 해..회원국들이 판단할 것"
中 가입 불편한 건 日뿐..英도 가입 심사 중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15년 9월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 당시 바이든 부통령과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만찬에 참여한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하면서 국제 정세가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CPTPP의 전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당초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아시아 회귀 전략 '피봇투아시아(Pivot to Asia)'의 일환으로,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면서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성격이 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손해와 제조업 손실을 명분으로 취임 직후 TPP를 탈퇴해버렸고, 흔들리던 중심을 잡아 이듬해 CPTPP 발효를 주도한 건 일본이었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도 올해 2월 공식 가입 신청을 해둔 상황이다.

결국 중국의 가입 신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흔들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CPTPP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고 가입에 필요한 '모든 참가국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참여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백악관은 회원국들의 판단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당사국 장관들이 2018년 3월 칠레에 모여 회담한 모습. © AFP=뉴스1

16일 중국 상무부는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다미엔 오코너 뉴질랜드 무역수출성장부 장관에게 서면 가입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CPTPP 사무국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과 관련, 워싱턴 소재 '중국-미국 연구소'의 소우랍 굽타 선임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이후) 무역자유화를 위해 어디로 갈지 행동 방향을 정해야 하는 미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처음 CPTPP 가입 의사를 밝힌 건 작년 11월 화상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다.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주도의 아태 무역 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최종 타결을 환영하면서 CPTPP 가입도 고려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돼왔다.

RCEP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와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세계 총생산(GDP)의 약 30%, 무역규모 28.7%를 차지한다. 협상을 함께 해온 인도는 결국 불참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각 회원국 비준이 남은 상황이다.

CPTPP는 뉴질랜드와 일본, 호주를 비롯해 북미 캐니다와 멕시코, 남미 페루와 칠레, 동남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11개국이 포함, 세계총생산 13%, 무역규모 15%를 차지해 RCEP보다 규모가 작다.

다만 SCMP는 RCEP 타결에 이은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이 "중국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RCEP가 주로 관세 철폐와 비관세 장벽 축소에 국한된 반면, CPTPP는 이보다 훨씬 포괄적인 합의를 담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CPTPP는 노동 기준과 환경 보호, 국영기업의 시장 왜곡 방지, 지적재산권 규정 등을 포괄해 중국이 넘을 관문이 많다는 것이다.

신규 회원국 가입 등 CPTPP 의사결정기구의 의장국을 맡고 있는 일본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걸림돌이다. 일본 공영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이 CPTPP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판별해 나갈 것"이라며 심사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굽타 연구원은 "중국의 가입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당사국은 일본 뿐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 특히 싱가포르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은 오히려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늦지 않게 가입 신청을 낸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과 껄끄러운 영국의 가입 심사 절차가 지난 6월 개시됐는데, 중국의 심사 전에 영국이 가입해 비토권을 쥐게 되면 중국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단 관망하고 있다. 젠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그대로의 TPP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중국의 가입 문제는 "참가국들이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물론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옵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지 무역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는 미국이 CPTPP에 다시 참여하려면 과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수준의 변화를 거쳐야만 미 의회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자유무역협정은 트럼프 정부 시기이던 2018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개정하면서 더 엄격한 노동기준과 환경 관련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지난해 발효한 USMCA에는 무엇보다 회원국이 '비시장경제' 국가와 무역 협정을 맺게 되면 자동 탈퇴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비시장경제 국가는 사실상 중국을 지칭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중국을 자극해 CPTPP 가입 신청으로 이어지는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 됐으며, 중국의 이번 행보는 미국 및 미 동맹국들과의 논쟁을 가열할 전망이라고 SCMP는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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