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조카의 사주풀이를 해봤다

한겨레 2021. 9. 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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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보름 앞두고 조카가 태어났다.

조카가 태어난 날은 신축년(辛丑年) 병신월(丙申月) 병진일(丙辰日). 태양을 뜻하는 병화(丙火)가 나란히 놓인 병병 병존(같은 글자 두개가 붙어 있음)의 사주였다.

엄마 말은 잘 안 들을 것 같지만, 조카의 사주는 요즘 시대가 좋아하는 그런 인재상에 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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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발랄한 명리학]발랄한 명리학
명절 맞아 펼쳐본 만세력
믿거나 말거나 설을 풀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추석을 보름 앞두고 조카가 태어났다. 이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아기 배냇저고리 한 벌과 산모의 회복을 위한 소고기 한 세트를 선물하는 일이 다였다. 집안에 새 생명이 태어났는데, 이모인 나는 뭘 하지? 고민하다 만세력을 펼쳤다. 그동안 공부한 것 아껴서 뭐 하나. 아기가 태어난 날의 사주팔자를 뽑아보았다. 내가 가진 명리학 지식을 총동원해 조카의 타고난 성품과 재능을 가늠해보았다.

조카가 태어난 날은 신축년(辛丑年) 병신월(丙申月) 병진일(丙辰日). 태양을 뜻하는 병화(丙火)가 나란히 놓인 병병 병존(같은 글자 두개가 붙어 있음)의 사주였다. 그러니 아이는 밝고 외향적인 성격에 표현력이 좋으며 사람들과 두루 잘 어울리는 아이로 자랄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 주위에서 예쁨받을 수 있을 거라 나는 짐작했다. 어른이 됐을 때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경제활동도 왕성하게 할 듯 보였다. 다만, 아이가 조용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일을 즐길 것 같지는 않았다. 부모님 말씀에 고분고분할 타입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언니는 이제 어쩌나.

엄마 말은 잘 안 들을 것 같지만, 조카의 사주는 요즘 시대가 좋아하는 그런 인재상에 가까워 보였다. 가을 초입인 신(申)월에 태어난 사람은 이동이 활발한 성향을 가진다고 하는데, 조카는 게다가 역마성이 강하다는 병병 병존의 사주이기도 하니, 아마 커서 전세계를 누비며 왕성히 활동하는 진취적인 삶을 살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추석 명절 가족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 이모의 아마추어 사주풀이를 뽐낼 기회가 있었겠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우리 가족은 그저 멀리서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해주고 있다. 나중에 언니 부부가 ‘아이가 말을 영 안 듣는다’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 즈음, 그때 상담료를 제대로 받고 설을 풀어보면 어떨지. 그때쯤이면 내 공부가 깊어져 고수의 상담이 가능하기를 기대해본다. 믿거나 말거나.

봄날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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