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포커스]'과연 야구가 위기가 맞나'~야구 위기 부추긴 징계 선수들, 치열한 막판 순위 싸움 이유로 어물쩍 넘어가

정태화 2021. 9. 17. 09: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키움의 홍원기 감독은 당초 공언과 달리 한현희와 안우진(오른쪽)이 징계를 마치면 1군에 합류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키움과 삼성이 징계 선수 복귀를 두고 묘하게 닮은 꼴이다.

키움의 홍원기 감독은 16일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원정숙소를 이탈해 외부인과 접촉해 징계를 받은 투수 한현희와 안우진에 대해 징계가 끝나면 1군에 복귀시키겠다고 말했다. KBO 징계와 팀 징계가 끝나도 두 선수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공언을 불과 한달만에 뒤집은 것이다.

사건 당시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다. 그래서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는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변명했다. 순위싸움을 하면서 히어로즈는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는 묘한 말까지 덧붙였다. 말을 바꾼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홍원기 감독의 이 말을 뒤집어보면 키움이 순위 싸움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을 처음의 마음대로 용서하지 않았겠지만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면서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보이는 듯 하니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즉 성적을 위해서라면 팬들의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유야 어떻든 한현희와 안우진이 징계를 마치고 1군 복귀를 하는 데는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다. 아마도 이들이 1군 복귀를 할 즈음에는 "징계기간동안 반성하면서 운동도 열심히했다.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야구에 열심히 하겠다"고 번지르한 말로 어물쩍 넘어갈 것 같다.

삼성의 몽고메리가 심판의 퇴장 명령이 흥분해 상의 유니폼을 벗어 그라운드에 던지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KBS N 스포츠 화면 캡처]
삼성의 외국인투수 마이크 몽고메리의 징계도 이렇게 스리슬쩍 넘어가기는 마찬가지다.

몽고메리는 지난 10일 kt전에서 투수가 12초 내에 투구를 해야 하는 규칙을 어겨 경고를 받자 이닝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심판에게 욕설을 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에 흥분한 몽고메리는 주심을 향해 로진을 집어던지는 행동으로 KBO로부터 20게임 출장정지와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더해 삼성 구단은 16일 구단 자체로 300만원의 제재금만 매겼다.

그리고 "KBO의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향후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수단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는 구단 발표와 함께 몽고메리의 사과문을 곁들였다. 몽고메리의 사과문을 다 옳길 필요도 없이 잘못했다. 징계기간동안 열심히 반성하겠다. 그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들들이다. 모든 징계 선수들의 모습과 똑 같다.

무엇보다 몽고메리는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라도 팀의 상징인 유니폼을 벗어서 그라운드에 집어 던졌다. 아무리 흥분을 했다고 하더라도 유니폼을 벗어서 그라운드에 던지는 행위는 심판에게 욕설을 하고 로진을 던진 행위보다 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금까지 국내 어떤 선수도 흥분을 하고 성이 났다고 해서 유니폼을 벗어 그라운드에 던지지는 않았다. 이는 바로 팀 자체를 부정하고 KBO 리그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너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평소 삼성이라면 즉시 퇴출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은 제재금 300만원의 솜방망이 처벌로 마치 구렁이가 담 넘어 가듯 넘어가고 있다. 삼성도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키움의 홍원기 감독의 말바꾸기나 삼성의 몽고메리 사면(?)은 모두 가을야구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모두 시즌 막바지에 팀에 합류할 수 있다.

만약 키움이나 삼성이 현재 성적이 바닥권에 머물러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운 형편이라면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을 없었던 일처럼 쉽게 복귀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야구인들은 지금 프로야구가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그래야 팬들도 공감을 하고 함께 위기 타개에 힘을 모은다. 말로만 위기라고 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뛰는 감독이나 프런트들은 전혀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우선 눈에 보이는 성적만을 위해 지도자가 말을 뒤집고 팀의 상징인 유니폼을 그라운드에 집어 던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야구인들이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고 보는 팬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report@maniareport.com

Copyright © 마니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