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 과포화.. 재택치료, 생활치료센터 대안될까?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 9. 17. 07:00 수정 2021. 9. 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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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만족도 높아.. 시스템 구축은 과제
생활치료센터 대안으로 재택치료가 떠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지난 15일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자가)치료 확대 검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접종률 향상, 일상 회복, 의료체계 부담 경감 등을 위해 재택치료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미흡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례가 수차례 보도된 가운데 재택치료는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환자 감당하지 못하는 생활치료센터, 대안은 재택치료?

4차 대유행 이후 무증상·경증환자가 급증하면서 생활치료센터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 드러났다. 방 하나에 2~3명을 수용해야 하는 생활치료센터의 수가 적지 않고, 병세가 악화하여도 제때 대체를 못해 환자를 위중한 상태로 만든 사례가 상당수다.

의료계에서는 4차 대유행의 원인이 생활치료센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에서는 생활치료센터가 4차 대유행의 주요 원인이라고 볼 정도로 생활치료센터 운영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의 미흡한 운영을 경험한 퇴소자들의 후기 등이 확산하면서 센터 입소를 거부하거나 해열제를 복용해 검사를 피하는 확진자가 늘어났고, 이들은 깜깜이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다.

생활치료센터의 한계는 정부도 알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지난해부터 경기도, 강원도 등에서 제한적으로 시작한 재택치료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체계 부담을 덜고자 생활치료센터의 대안으로 재택치료를 선택한 것이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무증상·경증환자들의 치명률이 낮아지는 점을 감안, 전파 위험성이 커지더라도 재택치료를 해 의료체계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처럼 모든 확진자를 시설에 격리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택치료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럽, 미국 등은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중심으로 재택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재택치료해 보니… 생활치료센터보다 만족도 높아

그렇다면 재택치료의 질은 어떨까? 장기 운영 중인 생활치료센터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금까지는 이용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된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재택치료를 시작한 경기도의 사례를 보면, 이용자들은 재택치료가 안전하다고 느꼈고, 만족도도 높았다. 경기도가 3월 2일~5월 20일 동안 자가치료를 이용한 77가정(11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95% 이상이었다. 자가치료 중 의료적 이유로 병원 이송된 건수는 단 1건이었다.

확진자와 동일 공간에 거주하는 음성 동거자의 감염 위험도 비교군 대비 높지 않았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동반 입원했던 사례에선 1,000재원일(재원기간 1000일로 가정)당 15.7건의 동반 입소자 양성 전환 사건이 발생했으나, 자가치료의 경우 11.7건이 발생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전담 의료팀의 비대면 진료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환자의 만족도도 높고 관리도 잘 되어 자가치료 대상자도 대폭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자가치료를 하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사례와 별개로 의료계는 재택치료를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은 "생활치료센터가 열악해 4차 대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의료체계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재택치료는 안 하면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재택치료를 환자를 단순히 집에만 격리하는 것으로 생각해 거부감을 갖기도 하는데, 재택치료는 대상자 중 의사의 판단 하에 가능한 사람만 선택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고 밝혔다.

◇돈 아끼느라… 재택치료 시스템 구축 망설이는 정부

현재 상황에서 재택치료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최선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계는 재택치료가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엔 시스템도 인력도 갖춰지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재택치료 전면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을 아끼느라 운영준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호기 위원장은 "재택치료는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재택치료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이미 의협에서 자문을 거쳐 질병관리청에 전달했고, 이 지침에 따라 경기도와 강원도에서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확대 시행하지 못하는 데는 정부의 노력부족이 배경에 있다"고 밝혔다.

염 위원장은 "재택치료가 운영되려면 전 국민의 동의, 원격진료 방식의 시스템, 지역 의사와 간호사 등의 참여 등이 필수적이고 이는 비용이 투입되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정부는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가 일찍부터 재택치료 확대방안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으나 정부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염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이나 유럽처럼 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게 아니라 시스템만 갖추면 충분히 재택치료 확대가 가능한데 정부가 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재택치료 확대를 위해 의료계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 밝혔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반장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가치료 적용 확대에 대한 의료체계 등 보완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남 반장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가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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