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비선출 야수' 모태 롯데 팬 김서진, 운명 같은 프로행 [또 하나의 기적①]
능통한 4개 국어, 야구가 준 선물
1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2022 KBO 신인드래프트. 지명대상자 1006명은 물론 그들의 학부모와 은사, 지인 모두가 마음 졸이며 행사를 지켜봤다. 일반적인 엘리트 선수들은 훈련을 잠시 멈추고 동료, 코칭스태프와 TV 생중계를 시청한다. 하지만 김서진과 그의 부모는 원래 정해뒀던 스케줄대로 학업에 열중했다. 그가 ‘홈 스쿨’ 학생이기에 가능했던 풍경이다. 지인들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지명(2차 9라운드·전체 84순위) 사실을 알게 됐고, 뛸 듯이 기뻐했다.
학창 시절 엘리트 야구부에 소속되지 않은 채 KBO리그에 지명된 자체가 2019년 한선태(LG 트윈스·2차 10라운드)에 이어 2번째이며, 야수 중에선 최초다. 게다가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홈 스쿨 출신은 김서진이 첫 사례다. 그의 어머니 임영주(47) 씨는 16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김)서진이는 유치원 때부터 홈 스쿨을 했다. 주위 지인들 중 홈 스쿨러가 워낙 많다. 서진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스스로 느끼고, 그걸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육아는 특히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김서진이 야구를 하리라고는 부모 입장에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야구가 삶의 목적이 아닌 과정이 되길 바랐는데, 오히려 야구를 시작한 것은 김서진의 재능에도 도움이 됐다. 어머니가 “운동을 하려면 정해진 스케줄을 다 소하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같이 일어나 공부를 한 뒤 운동장에 나갔다. 야구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은 덕에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장을 따내며 드래프트 참가 자격을 얻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코칭법이나 선수들의 인터뷰 영상을 즐겨봤는데, 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했다. 어느 날은 신문을 통해 ‘마이너리그에는 남미나 대만 출신 선수가 많다’는 기사를 읽은 뒤 스페인어와 중국어 공부에 매진했다. 야구를 즐기는 나라가 몇 개 안 되는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면 모든 선수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꿈을 품었고 최선을 다했다. 한국어를 포함해 4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게 된 것은 야구가 안겨준 선물이다.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바이올린 연주에 흥미를 느꼈고, 지금도 솜씨가 녹슬지 않았다. 언어와 악기 연주, 운동. 언뜻 공통점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당사자의 생각은 달랐다. 김서진은 “셋 모두 매일 꾸준히 성실히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바이올린이나 언어를 배웠던 게 야구를 성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김서진이 처음 알려진 것은 8월 3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리틀야구단이나 독립리그 팀에 잠시 머문 적은 있지만, 유튜브와 이론서를 통해 야구를 독학했다는 이력 자체가 화제였다. 트라이아웃 때는 내야수라는 특성상 팀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따랐다. 하지만 롯데는 김서진의 장점에 더 초점을 맞췄다. 성민규 롯데 단장은 “인간승리 스토리를 생각하고 지명한 것은 아니다. 가진 실력이 좋다. 운동능력, 신체능력도 뛰어나다. 동기생보다 한 살 어리다는 점도 강점이다. 1~2년 정도 경기에 나서고 숙련한다면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자질이 있다. 편견을 걷어낸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생각도 비슷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팀 훈련이 오히려 김서진에게는 기대되는 요소다. 당장 무슨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내년 고교 3학년이 되는 나이의 강점을 살려서 긴 호흡으로 프로선수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김서진은 “많은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한다는 자체가 설레고 기대된다. 항상 먼저 다가가고 예의 있는 모습으로 선배들에게 잘 녹아들겠다”고 다짐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호명됐다는 것은 전국 110명 안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이 자체로 영광인데, 평소 응원하던 팀에서 뛰는 특권은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김서진은 그 중 하나다. “프로선수가 됐다는 자체가 정말 기쁜데, 원래 좋아하던 롯데에 가게 돼 더욱 흥분된다”는 말에는 떨림이 가득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묻자 이대호(39), 손아섭(33), 딕슨 마차도(29) 등 롯데 선수들의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김서진은 “이대호 선수는 워낙 대단한 프랜차이즈 스타 아니신가. 배우고 싶은 점이 정말 많다. 손아섭 선수도 내가 처음 롯데 팬일 때부터 간판타자였다. 리틀야구 때 등번호를 31번으로 한 것도 손아섭 선수 때문”이라며 웃었다. 포지션이 내야수이기 때문에 아지 스미스(은퇴), 하비에르 바에스(뉴욕 메츠), 마차도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마차도가 매니(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아닌 딕슨(롯데)이란 점에서 ‘찐팬’의 면모가 드러난다.
“부모님이 부산 출신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롯데 팬이었다. 롯데를 응원하기 위해 잠실이나 고척스카이돔도 자주 찾았다. 롯데 팬들 대부분 공감하시겠지만 ‘그냥 끌리는 매력’이 있다. 한 번은 응원팀을 바꾸려고 해봤는데, 며칠 지나니 자연스럽게 롯데 경기를 보게 됐다. 난 불과 며칠 전까지 롯데 팬 중 한 명이었다. 롯데가 이기는 것을 누구보다 원해왔다. 선수가 되어서도 그 다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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