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기여해야 '공동 저작자'일까 [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2021. 9.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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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명 가수가 그렸다는 그림이 대작 논란에 휩싸여 형사 재판까지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B가 자신의 창작 기여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공동 저작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동안 B가 자신을 '공동 저작자'로 표시해 왔던 행위에 대해 형사 처분까지 받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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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줄거리 등 작품 구성에 큰 영향 미쳤어도 저작자로 '인정'

[지식재산권 산책]


지난해 유명 가수가 그렸다는 그림이 대작 논란에 휩싸여 형사 재판까지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검찰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유명 가수는 화가에게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제공했거나 완성된 그림을 건네받아 배경색을 일부 덧칠하는 등의 경미한 작업만 추가하고 자신의 서명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사기죄’로 기소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이 선고됐다. 만약 검찰이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했다는 혐의(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로 기소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당시에도 의견은 분분했다.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해야

저작물의 창작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대법원은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작성에 관여한 경우 그중에서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에 기여한 자만이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고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에 관여했더라도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물론 2인 이상이 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공동으로 기여했다면 그들 모두 ‘공동 저작자’가 된다.

그런데 소설이나 각본의 구체적인 서술이나 대사 문구를 직접 작성한 사람(A)만이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한 사람일까.

등장인물, 줄거리, 각 장면의 구성 및 순서, 대사 등의 구상에 함께 관여해 서술이나 대사 문구를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사람(B)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저작자’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과거 판례를 보면 법원은 B도 공동 저작자가 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는 위와 같이 공동으로 창작했다고 하더라도(물론 B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 창작한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A와 B 사이가 틀어지게 되면 종종 분쟁이 발생한다. 창작에 기여한 비율, 즉 저작물에 대한 수익 분배 비율을 두고 다투는 경우도 있지만 A가 자신이 ‘단독 저작자’라고 주장하면 문제가 다소 심각해진다.

B가 자신의 창작 기여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공동 저작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동안 B가 자신을 ‘공동 저작자’로 표시해 왔던 행위에 대해 형사 처분까지 받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상적으로 A는 자기가 각본을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는 e메일이나 노트와 같은 증거를 갖고 있는 반면 주로 A와 대면 회의를 통해 구두로만 의견을 개진했던 B는 자신이 창작에 기여했다는 점을 증명할 마땅한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때 B는 창작 과정에서 A와 주고받았던 e메일, 문자 메시지, A와 B가 창작회의를 하는 것을 보거나 들었던 증인들, 창작물의 이용·수익에 관한 계약 내용 및 체결 경위, 실제 수익 분배 경위, A가 과거에 B를 공동 저작자로 인정하는 취지로 발언했던 내용 등 B가 실제로 창작에 기여했다는 사실과 관련된 모든 간접 증거들을 동원해야 한다.

A와 B가 자신들이 ‘공동 저작자’라고 인정하는 합의서를 미리 써 두면 어떨까. B에게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B가 ‘공동 저작자’가 아닌데도 실제 저작자인 A가 동의해 위와 같은 합의서를 쓰고 저작물에 B를 공동 저작자로 표시해 공표했던 경우라면 위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B는 저작권법 위반죄로 처벌 받게 된다. 위 죄는 ‘저작자 명의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도 보호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6도16031 판결).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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