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 일반고 전환은 문 닫으란 소리..또다른 서열화 부를 것"

이종재 기자 입력 2021. 9. 17. 05:10 수정 2021. 9. 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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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2025년 3월 일반고 전환을 앞둔 강원지역 자립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가 폐교까지 검토, 존립 위기에 빠졌다.

4년 뒤 일반고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학교 법인은 정부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사실상 민사고가 없어지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진 폐교밖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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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2025년 일반고 전환 교육부 방침에 민사고 존립 위기
"지도자 양성 건학이념 좌초 눈앞, 대안교육특성화고 전환 희망"
강원 횡성군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등학교(자료사진) © News1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2025년 3월 일반고 전환을 앞둔 강원지역 자립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가 폐교까지 검토, 존립 위기에 빠졌다.

4년 뒤 일반고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학교 법인은 정부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사실상 민사고가 없어지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진 폐교밖에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고 명문고로 꼽히는 민족사관고등학교(강원 횡성)는 1996년 민족정신과 세계적 안목을 지닌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지도자 양성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현재 민사고는 220~230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운영과목 수는 매년 차이가 있으나 ‘심리학’ ‘서예’ ‘천체 관측’ 등 소규모 과목이 상당수 운영되고 있다. 국어·영어·수학은 전체 수업의 ⅓ 수준에 그친다.

학생수는 한 학년당 150~155명 정도로, 총 460명 정도가 재학 중이다.

그러나 2025년 3월까지 일반고로 전환해야 할 처지에 놓인 민사고는 당장 내년 말 학생 모집부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또 일반고로 전환되면 현재 전국 단위 학생 모집이 중단돼 강원도에서만 학생을 뽑아야 한다.

이에 대해 민사고 법인인 민족주체학원 이창규 법인사무국장은 16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민사고’다운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다면 학교의 존립은 사실상 어렵다”며 “재학 중 일반고로 전환될 수 있는 2023학년도 신입생, 당장 내년 말 입시부터 지원율이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고 전환이 당연한 수순이라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테고, 결국 지원율이 떨어지면서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2025년 이전이라도 학교는 문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질 것”이라고 했다.

석‧박사 수준의 교사들이 운영하던 수준 높은 교육도 더는 제공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민사고의 교사들은 70여명으로,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는 6.5명이다. 이는 일반 고교(2020년 기준 10.1명)보다 적은 수치다.

이 사무국장은 “자사고 운영을 하지 않게 되면 현재 교사들은 대부분 학교를 떠나야 한다”며 “자사고 지위가 사라지면 현재 교과를 유지할 수 없고, 필수교과 편성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사·외·국제고 일괄 전환 방침 규탄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는 한만위 민족사관학교 교장.(자료사진)/뉴스1

상황이 이렇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벽이 높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 사무국장은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전환이 가능한 '대안교육 특성화고'가 현재 민사고 교육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해 이를 고려하고 있는데, 교육당국과의 협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어 속만 끓이는 중”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오로지 헌법소원만 쳐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민사고 등 전국 자사고‧외고는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는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여기에 특성화고 지정권한을 가진 강원도교육청은 ‘특성화고 전환과 관련된 민사고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면서도 정부 정책을 수정할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규 법인사무국장은 “'민족주체성 교육과 영재교육으로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설립자의 건학이념을 지키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민사고의 존재 의미가 없다”며 “일반고 전환은 아예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자사고가 사라진다고 해도 일반고 사이의 서열화는 어떤 식으로라도 계속되고 또다른 사교육 열풍을 부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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