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수사 '정치외풍'을 견뎌라 [서초동 36.5]

배성준 부장 2021. 9.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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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검찰 총장 재직 시절 숱한 화제를 나았던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을 떠난 지금도 서초동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윤 전 총장과 가족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수사도 쉴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발사주'의혹까지 불거졌고 대선과 맞물려 정치권은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에 포화를 쏟아내고, 야당은 정치 공작이라고 맞받아 치고 있다. 정치권이 끝없는 정쟁에 돌입한 가운데 공수처와 검찰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발사주'의 진실 규명은 혼탁한 대선 정국을 일부라도 정리하기 위해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다만 수사가 의혹 뒤에 가려진 베일을 걷어내고 진실에 접근할 것인지는 우려감이 앞선다. 작년 정국을 뜨겁게 했던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이 다시금 떠오르는 탓이다.

'고발사주'와 '검언유착'은 사건의 시기가 유사하다. 선거라는 커다란 이벤트를 앞두었다는 점이다. 검언유착은 4.15 총선 직전에 불거졌다. 당시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짜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등의 비리를 제공할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 검사장은 기소조차 하지 못했고 이동재 전 채널A기자는 강요죄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언유착'이 억지 프레임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고발사주'는 윤 전 총장이 대검 간부를 통해 야당에 여권 정치인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익제보가 있은 뒤 여권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검찰권을 행사하려 했다며 총력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검찰이나 공수처는 실제로 고발장을 검찰에서 작성했는지, 윤 전 총장이 지시를 했는지, 했다면 그 과정에서 직권남용이나 위법한 사실이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공세와 함께 시작된 수사가 정치 외풍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혹자는 이제 시작된 수사를 놓고 벌써부터 공정성을 의심하냐며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정치권에 관련된 검찰 수사가 어떤 형태로 편향되고 독립성을 잃어갔는지, 또 정상적인 수사 조차 얼마나 고난의 길을 갔는지 돌아본다면 괜한 우려라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례로 재판이 진행 중인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사건'은 정치 외풍에 무너진 검찰의 절차적 흠결을 여실히 보여줬고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로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은 검언유착 사건 이후 여전히 비수사부서를 전전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지략가로 평가되는 제갈량은 소설속 인물이 아니다. 진수(陳壽)의 정사 '삼국지(三國志)'에서 제갈량은 실존했으며 전략가이자 충신이며 어진 관리로 설명되고 있다. 진수는 제갈량에 대해 "백성을 어루만지고 나라의 제도를 정비했으며 진실로 열린 마음으로 공정한 도리를 펼쳤다"며 '개성포공(開誠布公)'이라 일컬었다. 나랏일 하는 사람이 지키고 실천해야할 공정성은 국민의 삶을 좌우한다.

'고발사주' 수사로 검찰과 공수처는 다시 공정이란 시험대에 올랐다. 김오수 총장이나 김진욱 공수처장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해야 한다. 정치적 정적을 견제하기 위한 외풍에 표류하듯 떠밀리는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 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수사, 절차를 준수하는 합법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공정과 정의는 국가 수사기관이 지켜내야할 존엄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흐르고 후대는 지금의 시간을 평가한다. 옮고 그름을 위한 현재의 노력이 정당했는지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는 지금의 검찰과 공수처를 개성포공으로 기록할 것인가? 이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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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준 부장 spab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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