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조원 맡은 靑 출신 문외한 결국 사퇴, 임기 말 '대못 낙하산' 중단하라

조선일보 입력 2021. 9. 17. 03:25 수정 2021. 9. 1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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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노조원들이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국토부 출신 부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다. /뉴시스

정부 정책 자금 7조원을 포함해 총 20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이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을 핵심 요직인 투자운용본부장에 내정했다가 철회했다. 황 전 행정관은 민주당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2년여간 선임 행정관으로 일했다. 투자운용본부장은 고도의 자산운용 전문성이 필요한데 황 전 행정관은 이 분야 문외한이다. 투자 전문가 자격증도 없는 그에게 국민 세금이 들어간 거액의 펀드 운용을 맡기는 것은 ‘투자전문 인력이 아닌 사람에게 펀드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현행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버티다 국정감사 대상이 될 듯하자 물러섰다.

황씨 사례는 문 정권의 임기 말 ‘낙하산 알박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한 예에 불과하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새로 임명된 정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700여 명 중 14%인 99명이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나 청와대, 민주당 출신이다. 특히 수억원대 고액 연봉 자리가 많은 금융권에서 더 극성이다. 생명보험협회, 예탁결제원, 금융결제원 등 금융공기업 임원 중 약 50%가 친정권 사람으로 채워졌다. 심지어 민간 금융회사에도 청와대 출신이 들어갔다. 역대 정권 최악이다.

문 정부에선 임기 말로 갈수록 ‘내 편 인사’ 챙기기가 더 기승을 부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정권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임기 중인 사람들을 강제로 밀어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오자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거침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못 박기 낙하산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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