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크리에이터 모셔라, 빅테크들 앞다퉈 '유료 구독' 서비스

신수지 기자 2021. 9.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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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경제가 온다

소셜미디어 트위터는 이달 초 ‘수퍼 팔로(Super Follows)’라는 새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인기 있는 개인 크리에이터(creator·콘텐츠 창작자)들의 독점 콘텐츠를 월 구독료를 내고 받아보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먼저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팔로어가 1만명 이상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시범 운영해보고,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PC용 웹 버전도 출시할 계획이다.

트위터뿐만이 아니다. 요즘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하는 글로벌 IT(정보 기술) 기업 대부분이 앞다퉈 유료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기 크리에이터’를 자기 플랫폼(서비스)으로 데려오려는 경쟁이다. 시작은 중국의 짧은 동영상(쇼트폼 비디오) 서비스 ‘틱톡’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향후 3년간 우수한 크리에이터 유치에 20억달러(약 2조3330억원)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틱톡에 인기 동영상이 크게 늘고 이용자도 급증하자, 기존 소셜미디어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아틀리에벤처스의 리진 창업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소셜미디어 업체 간에) 인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군비 경쟁(arms race)’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크리에이터 후원 플랫폼 ‘패트리온’에서 활동하는 푸드 저널리스트 페르 뫼를링. /패트리온
언어 학습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명 크리에이터 야누츠 하머스키(왼쪽)와 카리 슈미트 /패트리온

◇‘크리에이터 후원 모델’에 돈 몰린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소셜미디어의 급성장,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보급은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창출된 수익(광고 수익) 대부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술 기업에 돌아갔다. 수백만 팔로어를 거느린 소수 인플루언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은 ‘무급 인턴십’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패트리온(Patreon)’과 ‘서브스택(Substack)’ 같은 크리에이터 후원 플랫폼(서비스)이다. 패트리온은 그림, 음악, 영상, 소설,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구독자가 직접 유료 구독하거나 후원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창업자 잭 콘티는 “내가 유튜브에 올린 밴드 연주 영상이 수백만 명의 ‘좋아요’를 받고도 광고 수익으로 고작 수백 달러만 입금되는 현실에 분노해 창업했다”고 했다.

유료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의 서비스 이용 화면. /서브스택

유튜브는 창작자가 광고 수익의 55% 정도를 가져가는데, 패트리온에서 크리에이터는 구독 수익의 88~95%를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온에는 2013년 설립 이후 20만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고, 70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가 매년 10억달러(약 1조1675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으로 패트리온을 이용하는 창작자와 구독자가 늘면서, 지난해 12억달러(약 1조4010억원) 수준이었던 기업 가치는 지난 4월 40억달러(약 4조6700억원)로 뛰어올랐다.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은 크리에이터가 디지털 뉴스레터의 구독 가격을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고, 구독 수익의 90%를 가져갈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유료 가입자가 25만명에 달한다. 상위 10위권의 크리에이터는 연간 700만달러(약 81억6550만원)를 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크리에이터 기업에 몰린 투자액은 13억3000만달러(약 1조5521억원)에 달한다. 지난 한 해 투자액(4억6400만달러)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서브스택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A16Z’의 마크 안드레센 CEO(최고경영자)는 “지금은 미디어 산업의 변곡점”이라며 “크리에이터가 (소비자에게) 직접 수익을 얻고, 창작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추격 나선 유튜브·페이스북

이 스타트업들과 틱톡·스냅챗 등 후발 소셜미디어에 ‘콘텐츠 인재’를 빼앗기게 된 기존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부랴부랴 유료 구독 기능을 도입 중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이 회사의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 ‘쇼츠(Shorts)’에 크리에이터들을 모으려 1억달러(약 1166억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5월 밝혔다. 쇼츠는 일반 유튜브 동영상과 달리 광고가 붙지 않는다. 유튜브가 대신 이 기금을 활용해 조회 수가 많은 수천 명의 크리에이터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할 방침이다.

페이스북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내년까지 10억달러(약 1조1670억원)를 지급하겠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창작물에 대한 대가는 물론, 콘텐츠 제작 비용도 지원해 준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서브스택과 유사한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인 ‘불레틴(Bulletin)’ 서비스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창작자 주도의 유료 구독 플랫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시범 운영 중이다. 미국 VC 시그널파이어의 조시 콘스타인은 “소셜미디어의 힘이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로 옮아가고 있다”며 “기존 플랫폼들은 크리에이터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영향력을 잃을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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