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인 가족의 美 정착기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잔잔한 드라마다.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농장을 일굴 꿈에 부풀어 있지만 엄마 모니카(한예리)는 한숨부터 짓는다. 닥쳐오는 토네이도처럼 이 부부의 날씨는 시작부터 사납다. 딸과 아들은 종이에 ‘Do not fight(싸우지 마)’라 적고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부부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데 남편은 틈틈이 우물을 파고 밭을 일구며 농작물을 심는다. 심장이 약한 막내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이 구멍을 메워줄 해결사는 친정 엄마. 순자(윤여정)가 고춧가루와 멸치, 한약과 미나리 씨를 싸들고 도착하자 스크린에 활기가 돈다. 윤여정은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한국 관객이 보기에 그렇게 특별한 연기는 아니다.
꿈은 사람을 구원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 카메라는 새로운 인생에 동반되는 기대와 불안, 욕망과 혼돈을 관조하듯 담는다. 비옥하지만 너그럽진 않은 땅에서 농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순자가 가져온 미나리만 멀쩡히 뿌리를 내린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생명력, 적응력의 상징이다.
흔히 가족 이야기는 서정적이지만 추억이라는 함정에 빠져 질척거리기 일쑤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이 웰메이드 영화는 감상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추석 안방 극장으로 따스한 봄기운을 실어온다. 20일 저녁 8시 2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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