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하는 이의 고충[이재국의 우당탕탕]<58>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2021. 9. 17.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새 나이를 먹고, 선배가 되니 찾아오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나도 내 인생을 잘 모르겠고 여전히 빌빌거리며 살고 있는데, 고민이 있다는 후배들을 못 오게 할 수도 없었다.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나이를 먹고, 선배가 되니 찾아오는 후배들이 많아졌다. 나도 내 인생을 잘 모르겠고 여전히 빌빌거리며 살고 있는데, 고민이 있다는 후배들을 못 오게 할 수도 없었다. 만난 김에 소주나 한잔 사주고 대충 얘기나 들어주고 보내려고 했는데 고민을 듣다보면 그럴 수가 없다. 그렇게 충고 아닌 충고, 격려 아닌 격려를 해주다 보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경우가 많았다.
한 후배 녀석은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찾아왔기에 좀 쉬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불 끄는 방법은 강 건너에 있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라고까지 말하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고맙다며 술도 잘 얻어 마시고 갔는데 1년 후 다시 찾아와 한 발짝 떨어져 있었더니 회사가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은근히, 내가 아는 회사에 취직시켜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나는 그럴 위인이 못 된다고 해도, 내가 더 노력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했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가 다른 사람은 도와주고 자기는 안 도와준다고 떠들고 다니고, 만나기만 하면 나 때문에 자기가 힘들어졌다는 듯 얘기했다. 그렇게 중요한 인생의 결정을 내 말 한마디로 정했다니, 미안하다! 주제넘게 조언하고, 주제넘게 참견해서 정말 미안하다.
최근 연락이 온 후배는 배우를 하던 녀석이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연기도 잘하고, 인성도 바른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가정 형편도 어려워 밤낮으로 알바를 하며, 오로지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로 버티던 녀석이었다. 하루는 그 녀석이 “형, 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저 뭐가 문젠가요?”라고 질문했다. 해줄 말이 없었다. 좋은 조건을 다 갖췄다고 꼭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연예계에는 운이라는 것도 필요한데 그걸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곧 50이 되는 후배에게 “조금만 더 참고 견뎌라”라는 말도 하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어쩌면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 포기하지 말되, 실망도 하지 말자”는 조언으로 그날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후배는 그날 이후에도 알바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며칠 전 오전 8시에 전화가 왔다. “형, 나 오디션 합격했어요. 어제 합격 소식 듣고 너무 기뻐서 그런지 몸이 아프더라고요. 약 먹고 일찍 자고, 일어나자마자 형한테 전화했어요. 형이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을 때 울고 싶었는데, ‘실망하지 말자’는 말에 힘내서 버텼어요. 고마워요 형! 저 진짜 잘해볼게요.”
식전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저렇게 기뻐하고 감격에 겨워하다니, 해준 것도 없는 나한테 고맙다니. 충고랍시고 해주고 본전도 못 건진 경우가 많은데, 자기 힘으로 잘 버티고 이겨낸 게 대견했다. “정말 축하한다! 오늘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자! 형이 축하주 살게!” 그 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녀석은 대답했다. “형! 저 다음 달부터 촬영이라 몸 만들어야 돼서 술 못 마셔요! 마신 걸로 할게요!” 그래 아무려면 어떠냐, 내 조언이 1%라도 도움이 됐다면 나는 감사하다.
한 후배 녀석은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찾아왔기에 좀 쉬면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불 끄는 방법은 강 건너에 있는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라고까지 말하며 한 발짝 떨어져서 보라고 조언을 해줬다. 고맙다며 술도 잘 얻어 마시고 갔는데 1년 후 다시 찾아와 한 발짝 떨어져 있었더니 회사가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은근히, 내가 아는 회사에 취직시켜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나는 그럴 위인이 못 된다고 해도, 내가 더 노력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했다. 이 정도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가 다른 사람은 도와주고 자기는 안 도와준다고 떠들고 다니고, 만나기만 하면 나 때문에 자기가 힘들어졌다는 듯 얘기했다. 그렇게 중요한 인생의 결정을 내 말 한마디로 정했다니, 미안하다! 주제넘게 조언하고, 주제넘게 참견해서 정말 미안하다.
최근 연락이 온 후배는 배우를 하던 녀석이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연기도 잘하고, 인성도 바른데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가정 형편도 어려워 밤낮으로 알바를 하며, 오로지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각오로 버티던 녀석이었다. 하루는 그 녀석이 “형, 솔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저 뭐가 문젠가요?”라고 질문했다. 해줄 말이 없었다. 좋은 조건을 다 갖췄다고 꼭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연예계에는 운이라는 것도 필요한데 그걸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곧 50이 되는 후배에게 “조금만 더 참고 견뎌라”라는 말도 하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어쩌면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 포기하지 말되, 실망도 하지 말자”는 조언으로 그날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후배는 그날 이후에도 알바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며칠 전 오전 8시에 전화가 왔다. “형, 나 오디션 합격했어요. 어제 합격 소식 듣고 너무 기뻐서 그런지 몸이 아프더라고요. 약 먹고 일찍 자고, 일어나자마자 형한테 전화했어요. 형이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을 때 울고 싶었는데, ‘실망하지 말자’는 말에 힘내서 버텼어요. 고마워요 형! 저 진짜 잘해볼게요.”
식전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저렇게 기뻐하고 감격에 겨워하다니, 해준 것도 없는 나한테 고맙다니. 충고랍시고 해주고 본전도 못 건진 경우가 많은데, 자기 힘으로 잘 버티고 이겨낸 게 대견했다. “정말 축하한다! 오늘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나 한잔하자! 형이 축하주 살게!” 그 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녀석은 대답했다. “형! 저 다음 달부터 촬영이라 몸 만들어야 돼서 술 못 마셔요! 마신 걸로 할게요!” 그래 아무려면 어떠냐, 내 조언이 1%라도 도움이 됐다면 나는 감사하다.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홍준표 “윤석열, 보수 궤멸에 앞장” 尹 “洪 대표때 선거 졌기 때문”
- [단독]대장동 ‘화천대유’ 고문에 권순일 전 대법관
- [사설]작년 국감보고서도 채택 않고 ‘이행조치’ 다그친 황당 국회
- [사설]“1153배 수익” 대장동 특혜 의혹, 전면 수사로 실체 밝히라
- [사설]김여정 “文 대통령 우몽하다”는데 “상당히 절제됐다”는 靑
- ‘화천대유’ 대장동 5곳 직접 시행, 1500억 이익…이재명 “수사해달라”
- 중국, CPTPP 가입 신청…미국도 복귀 가능성
- 韓 핵잠 건조 핵심기술 갖췄지만…美, 핵연료 지원에 난색
- 방심위, “법조 쿠데타” 주장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경고’
- 송영길 “언론중재법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삭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