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GOD is LOVE
[경향신문]
몇 해 전부터 매일 아침 8시에 성경 한 구절을 보내는 목사님이 있다. 그것을 읽는 날도 있고 무심히 지나가는 날도 있다. 목사님은 사진을 잘 찍는 분이어서 교회에서 열리는 전시에 다녀 온 적도 있다. 친정어머니를 비롯해서 형제들이 다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나는 무신론자에 속한다. 올케는 내 생일에 자기도 못 들고 다니는 비싼 성경책을 여러 번 보내곤 했다.
나는 교회도 기웃거려 보고, 천주교 신자가 되려고 학습도 받아 보고, 절에도 자주 다녔다. 이렇듯 공(?)을 안 들인 것은 아니나 나는 어디에 속하기가 어렵다.
‘송구합니다. 매일 아침 8시에 발송되도록 예약을 하는데 3일 전에는 어쩌다 8을 0자로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한밤중에 발송되었으니 숙면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목사님의 문자를 받았다. 갑자기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성심(聖心)이 느슨해질까 봐서, 혹은 길 잃은 양 한 마리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매일 기도하고 성경 구절을 골라서 보내는구나. 그런데 어쩌나 이 길 잃은 양은 제 갈 길을 가겠다고 고집하고 있는데 말이다.
며칠 전 새벽에 가슴 통증이 심해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나왔다. 정밀검사는 다음주에 하기로 예약하고 왔다. 구름다리를 건너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가는데 인생의 무상함과 안도하는 마음이 교차되었다. 안도는 걱정하지 않겠다는 내 마음에서 오는 것이었다. 마침 숲속에 새겨진 ‘GOD is LOVE’라는 글귀가 눈에 뜨였다. 나는 저것을 언제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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