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99]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
에도 막부를 개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끈기와 인내의 화신으로 유명하다. 끈질기게 버티며 때를 기다리는 그의 성품은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비유로 표현되곤 한다. 이에야스가 집권에 이르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유년기에는 이마가와 가문의 인질로 눈칫밥을 먹어야 했고, 장성해서는 오다 노부나가, 다케다 신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당대의 권력자에게 견제를 받아 숨을 죽여야만 했다. 여러 번의 죽을 고비와 처와 자식이 권력 투쟁에 희생되는 역경을 겪으면서도 ‘덴카비토(天下人)’의 자리에 오른 이에야스는 쇼군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먼 길을 떠나는 것과 같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항상 있는 일로 받아들이면 마음의 편치 않음도 없을 것이다. 욕구하는 마음이 생길 때에는 곤궁했을 때를 떠올려라. 인내하는 것이 오래도록 무사히 마음의 평안을 얻는 길이다. 분노는 자신에게 해로운 적이다. 이기는 것만 알고 지는 것을 모르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을 반성하고 타인을 책망하지 말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이에야스의 유훈으로 알려진 이 담화는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이자 마음을 다스리는 수신(修身)의 계율(戒律)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이라 코로나 사태로 막다른 길에 처한 사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보도를 보면 마음이 저민다. ‘상생’ 국민지원금을 뿌리면서도 정작 영업 규제로 손실을 본 사업체 지원에는 인색한 정치인, 관료들이 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원망이 앞서는 심정이다. 이에야스의 유훈을 떠올리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일에 분노하지 않으려 하지만, ‘좋은 정치’ ‘좋은 정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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