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거짓과 거품을 빼고 정상으로 돌아가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입력 2021. 9. 17. 03:00 수정 2021. 9. 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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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내로남불·편가르기, 대선 후보도 남탓·헐뜯기만
K방역·한국판 뉴딜.. 과장·허풍 그만하고 정직·겸손해야

2021년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이 올해처럼 더 실감 났던 해가 내 기억에는 없다. 코로나19는 발생 2년을 코앞에 두고 도무지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이번 추석도 지난 설날에 이어 귀성과 성묘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다 코로나 핑계로 우리의 미풍양속을 모두 잃을까 걱정된다. 코로나 초기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며 자화자찬하던 정부 대응도 ‘길고 지루한’ 방역 정책이 이어지면서 갖가지 부작용과 불만이 쌓이고 있다.

최근 한계에 달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 선택을 하고 있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부지런하고 마음씨 착한’ 호프집 주인이 생활고로 극단 선택을 하자 많은 자영업자가 “남일 같지 않다”며 검은 리본으로 추모의 행렬을 이었다. 코로나 지원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찔끔찔끔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피해를 많이 본 사람들에게 집중되었어야 했다.

그래도 감사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할 분들이 많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줄곧 열과 성을 다해 코로나 현장을 지키며 생명 구호에 앞장서 왔다. 그분들 노고는 어떤 찬사로도 갚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안전 지킴이 군경과 소방대원들은 공동체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선생님들 역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교육 격차 해소에 이들의 땀과 고뇌를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대한민국의 국격은 바로 이분들-의료진·군경·소방대원·교사-의 피와 땀과 눈물로 지켜져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한편 우리 경제와 정치 현실을 보면 안타까운 게 너무 많다.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는 동반성장으로 풀어야 옳다. 그러나 동반성장사회를 만들겠다던 공약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지난 4~5년간 청와대로부터는 동반성장이란 말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다. 정치권의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는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책임 있는 리더십은 실종된 지 오래다.

반년 채 안 남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나라의 미래 비전과 현실적 대안보다 상대방 깎아내리기와 의혹 제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가 자신을 죽이고 거듭나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우선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적폐청산 과정에서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국민을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치는 실책을 범했다. 그래서 집값 폭등과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등 각종 어려움이 도래해도 한마음 한뜻으로 풀 길이 없다.

우리 국민은 1997년의 경제 위기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민관이 혼연일체로 극복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은 크고 작은 위기에 힘을 합치기보다 남 탓하기에 바쁘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이 엄중한 상황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국민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비판적인 국민의 마음을 사야 한다.

다음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은 내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 바라보시라. 지난 시간의 영욕과 찬반의 여론의 창은 그때까지 닫아두시라. 취임 이후 잘못 시작한 것은 빨리 포기하고 잘된 것은 실천 방안을 더 살펴서 내년 정권 재창출과 관계없이 후임자가 계승케 하라. 대선 후보들과 캠프 사람들은 제발 눈앞의 이익과 승리에 집착하지 마시라. 그러다가 지면 패가망신이요, 이긴다 한들 전임자들의 전철을 피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대통령을 포함하여 우리 국민 모두는 무엇보다 다음 두 단어를 늘 가슴속에 간직하고 발걸음 뗄 때마다 적용하자. 정직과 겸손 말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다. 없는 것을 있다며 조작하고, 있는 것도 없다고 우기며, 옳은 것을 틀렸다 하고, 아닌 것을 그렇다고 하는 거짓은 정직한 사회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번 거짓말하면 그것을 덮으려고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 거짓말을 또 덮으려면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 한다. 결국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신뢰를 떨어뜨리고 사회를 혼란 속으로 빠뜨리고 말뿐이다.

거짓말을 안 하려면 적어도 겸손해야 한다. 겸손하려면 허풍떨지 말아야 한다. K방역은 그만 과장 선전하라. 탄소중립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달성하겠다고 무리하지 말자. 우리는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과 보조만 맞추어도 충분하다. ‘한국판 뉴딜’은 뉴딜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나 추진하자. 그리고 ‘우리는 문재인 보유국이다’라는 식의 구호는 그만 거두자. 또한 겸손하려면 거품을 빼자.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22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중앙정부 예산이 1년에 600조원이나 된다며 슈퍼 예산이라고 야단인 마당에 한국판 뉴딜에 220조원 배정은 너무 많지 않은가? 임기 말의 무리한 계획 아닌가? 하루빨리 정상 사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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