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文’만으론 필패… ‘보수 동맹’ 복원, ‘2030’ 껴안으라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1. 9.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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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與, 보수집권 비결 ‘노골적 변신’ 실행 중
비전 없이 반대만 하는 보수, 비주류 전락
양극화·기후위기·평화 의제 주도권도 잃어
‘反文’만으론 필패… 개혁 보수 공간 열어야

수요일에 민주당 의원 모임에 다녀왔다. 경선 승부 추가 이미 기울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인지, 의원들의 관심이 본선 전략으로 이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4년 6개월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다가 6개월 남겨두고 변신하려고 하는군요.” 농반진반이었지만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좀 놀랐다. 과거 민주당은 노골적 변신에 서툴렀다.

그런 변신은 보수의 전매특허였다. 선거 때는 중도를 잡기 위해 화끈하게 혁신하다가 집권하면 자기 정체성으로 재빠르게 돌아갔다. 2007년 이명박 후보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2012년 박근혜 후보와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180도 다른 사람이 됐다.

/일러스트=김성규

민주당이 배운 모양이다. 2017년 문재인 후보와 2018년 문재인 대통령도 완전 다른 사람이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과거 민주당을 보는 느낌이다. 선거가 다가오는데도 ‘보수 정체성’에 갇혀 있다.

1990년 3당 합당의 ‘보수 대연합’ 이후 보수 정당은 자유주의 세력과 보수 세력이 ‘개혁’과 ‘보수’로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다양성이 당을 강하게 만들었고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 정체성이냐 외연 확대냐, 집토끼냐 산토끼냐 논쟁은 당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전성기를 맞았던 자유주의 세력은 이회창·이명박·박근혜를 거치면서 당의 패권이 보수 세력으로 넘어가면서 서서히 위축되었다.

한나라당 때까지는 개혁 보수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살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목소리로 충성을 보이라고 몰아붙이더니 급기야 국정교과서라는 이념적 자폐로 치닫고 말았다. 1990년에 구축된 ‘보수 동맹’에 균열이 가는 순간이었다. 그때 보수는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보수 몰락의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북한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는 ‘안보 보수’, 즉 군인의 시대였다. 1990년대부터는 세상을 돈의 프리즘으로 보는 ‘시장 보수’의 시대였다. 그들은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든 큰 공이 있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후 기술 혁신과 세계화가 만들어낸 양극화 해소와 한반도 평화에는 소홀했다.

2015년 유승민은 ‘따뜻한 보수’의 등장을 예고했으나 결국 좌절됐다. 2010년 무상 급식 이슈 때 “이건희 손자에게도 공짜 밥을 주자는 거냐”는 유치한 논리는 보수의 민낯이었다. 복지 확대를 지나치게 이념적 정쟁으로 만들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부족했다. ‘더 따뜻한 대한민국’에는 소극적이었다.

한국 보수는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한반도 평화 체제 이행기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노태우 정부 때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주도했지만 김일성 사후 한반도 평화 이슈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주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 대통령이 모두 민주당인 것은 보수의 전략적 실패를 상징한다. 통일에서 평화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을 읽지 못한 탓이다.

기후 위기 대응도 소극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2030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서도 산업계 시각으로 비판한다. 충분히 일리 있고 논쟁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양극화 해소, 한반도 평화, 기후 위기 등에서 ‘의제 주도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현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무수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5년마다 거의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리셋’하는 것은 훌륭한 장점이다. 5년마다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지난 5년간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향후 5년간 국정 방향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대통령 선거가 그런 역할을 한다. 과거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격이다. 그런데 ‘리셋 기능’이 고장 났다. 대통령 선거에서 더 이상 담대한 비전을 들을 수 없다. 특히 보수는 의제를 주도하지도 못한다. 무상 급식 이후 모든 의제를 이젠 민주당이 주도한다.

이제 보수는 안티테제일 뿐이다. 외교·안보의 대담한 전략이나 경제·복지·교육·노동에 대한 개혁 구상도 없다. 국민의힘은 국정 비전만 없는 게 아니라 당 개혁 플랜도 없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누구나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역선택 운운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여론조사를 하면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네 마네 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은 ‘보수 동맹’과 ‘민주 동맹’ 모두 총결집했다. 박빙 승부였다. 그 후 2015년 보수 동맹 균열로 2016년 총선을 패하더니, 2017년 보수 동맹 해체로 2017년 대선·2018년 지방 선거·2020년 총선 모두 역사적 참패를 당했다. 중도 보수의 이탈이 결정타였다. 세 번의 패배로 한국의 보수는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락했다.

2020년 미래통합당의 ‘혁신 없는 통합’은 중도 보수가 돌아올 명분을 주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①탄핵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 ②탄핵을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 ③탄핵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주도한 정당이라면 미래통합당은 ①탄핵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사람 ②탄핵을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사람 ③탄핵을 소극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주도하는 정당으로 바꿨어야 한다. 통합의 ‘최종 상태(end state)’에 대한 합의가 없었던 것이 실패의 핵심이다.

결국 보수 동맹 복원 실패가 패배의 원인이었다. 2022년 대선은 ‘보수 동맹’과 ‘민주 동맹’의 주류 교체 전쟁의 아마겟돈이다. 보수 진영의 승리 방정식은 보수 동맹의 복원과 민주 동맹으로부터 2030의 이탈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반문’은 승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중도 보수를 돌아오게 하려면 당에 ‘개혁 보수’의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유승민과 원희룡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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