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샤라포바·윌리엄스 갑자기 절친 됐나?
테니스 팬들은 16일 마리야 샤라포바(34·러시아)가 공개한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금빛 드레스를 입은 샤라포바 왼편에서 세리나 윌리엄스(40·미국)가 활짝 웃고 있었다. 오른편엔 세리나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41·미국)도 있었다. 매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개최하는 자선 모금 행사 ‘멧 갈라’에 참석한 이들은 다정한 모습으로 기념 사진을 남겼다.
팬들이 놀란 이유는 샤라포바와 세리나 윌리엄스가 살벌한 앙숙 관계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악연은 2004년 윔블던 결승전부터 시작했다. 당시 열일곱이었던 샤라포바는 윌리엄스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챔피언십에서도 샤라포바가 윌리엄스를 눌렀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이자를 붙여 설욕했다. 둘은 2005년부터 2019년 US오픈 마지막 맞대결까지 19번 맞붙어 윌리엄스가 19번 모두 이겼다.
둘은 코트 밖에서도 싸늘한 관계였다. 미남 테니스 선수 그리고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를 두고 연적이 되기도 했고, 공개 석상에서 서로를 향한 비방을 숨기지 않았다. 2017년 샤라포바가 출간한 자서전은 갈등의 기폭제였다. 그는 이 책에서 윌리엄스를 100번 이상 언급하면서 내밀한 뒷이야기까지 폭로했다. 2004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진 윌리엄스가 라커 룸에서 큰 소리로 울부짖었고, ‘다시는 그런 ‘멍청한 X’에게 지지 않겠다’고 부들댔다 등의 이야기를 공개하며 “이런 감정이 과거의 일이 된다면 그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그 책에 나에 대한 내용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사실도 아니다”라고 바로 반박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약은 두 수퍼스타의 10여 년 걸친 미움도 녹아내리게 했다. 함께 미소 짓는 둘의 모습을 보고 팬들은 “냉전 시대 미하일 고르바초프(소련 서기장)와 로널드 레이건(미국 대통령)의 악수보다 더 놀라운 일”이라고 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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